'日 피했냐' 질문 또 받았다, 클린스만 "그런 적 없다, 말레이전 때 웃은 건..." [카타르 현장인터뷰]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1.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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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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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전에서 아쉬워하는 손흥민. /사진=뉴시스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일본을 피했느냐'라는 질문을 또 받았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또 '16강 상대'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을 평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 자리에서 "전혀 일본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피할 의도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조 1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최대 우승후보로 꼽혔다. 조별리그 부진으로 인해 위력이 줄어든 모습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E조에서 1승2무(승점 5) 조 2위에 그쳤다. 16강 진출에는 성공했다. 1차전 바레인전에서는 3-1로 승리해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2차전 요르단전에서 패배 위기까지 갔다가 간신히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 덕분에 힘겹게 승점 1을 따냈다. 3차전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130위' 말레이시아와는 3-3으로 비겼다. 한국의 FIFA 랭킹은 23위. 굴욕적인 결과였다.

말레이시아전 무승부로 조 1위가 유력했던 한국은 조 2위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한국이 유리한 대진을 위해 말레이시아와 일부러 비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말레이시아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넣을 때 클린스만 감독이 미소를 지어 그런 의혹이 더 커졌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전혀 (일본을) 피할 생각 없었다. 피할 의도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전에서) 85%의 볼 점유율 가지고 있었고 코너킥도 30개 가까이 했다. 경기를 일찍 마무리 짓지 못하면 불안감이 있는데, 결국 실점이 나와서 그런 표현(웃음)이 나왔다. 사우디는 어려운 상대다. 선수 시절 만치니 감독은 상대했고 잘 아는 친구다. 너무 잘 아는 상대인 만큼 존붕하면서 준비할 것이다. 토너먼트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승리에 목말라 있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말했다.


16강에 오른 한국의 다음 상대는 '중동 강호' 사우디다. 오는 31일 새벽 1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익숙한 팀이기도 하다. 한국과 사우디는 지난 해 9월 영국에서 친선경기를 펼쳤다. 당시 한국은 '월드컵 영웅'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무승 부진에 빠져 있던 클린스만호에 첫 승을 안긴 의미 깊은 경기이기도 했다.

4개월이 흘러 한국과 사우디는 재대결을 펼친다. 평가전이 아닌 '실전무대'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맞붙는다. 지면 탈락이다. 지난 해 9월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경기 중요도뿐만이 아니다. 장소도 영국에서 카타르로 옮겨졌다. 한국에는 불리하고 사우디에 엄청 유리한 장소다. 같은 중동 국가로서 문화, 환경적으로 비슷하고, 카타르와 인접해 이번 대회 많은 사우디 팬들이 아시안컵을 찾고 있다. 사우디의 남다른 축구열기까지 더해져 조별리그에서부터 사우디 응원전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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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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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AFPBBNews=뉴스1
한국과 사우디의 16강이 열리는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은 최대 4만 5000여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이 가운데 3만여명의 사우디 팬들이 들어찰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숫자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의 엄청난 응원 열기를 경계했다. 그는 "운동장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 3만여명 사우디 팬들이 운집할 것 같다"며 "이 역시 축구의 일부하고 생각한다. 준비한 만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토너먼트를 조별리그와 다를 것이고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팀 전력도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국적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6승 2무 무패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F조에서도 2승1무(승점 7) 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을 연거푸 잡아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만난 태국전에서는 로테이션을 돌려 0-0으로 비겼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탄탄한 수비가 돋보였다. 3경기 동안 단 1실점만 기록했다. 또 4골을 넣었는데 모두 득점자가 달랐다.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가 움직인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승리를 약속했다. "상대를 존중하겠지만 두렵지는 않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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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 /사진=OSEN
▲다음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일문일답.

▶내일 경기를 앞둔 소감.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된다. 이제 토너먼트에 진출했는데 첫 경기를 빨리 하고 싶다. 사우디는 강팀이고 이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길 희망했는데, 내일은 그런 경기가 될 것 같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잘하고 싶다.

▶일본을 피했다는 얘기가 있다. 말레이시아 마지막 실점 때도 웃음을 짓는 모습이 드러났는데.

-전혀 (일본을) 피할 생각 없었다. 피할 의도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전에서) 85%의 볼 점유율 가지고 있었고 코너킥도 30개 가까이 했다. 경기를 일찍 마무리 짓지 못하면 불안감이 있는데, 결국 실점이 나와서 그런 표현(웃음)이 나왔다. 사우디는 어려운 상대다. 선수 시절 만치니 감독은 상대했고 잘 아는 친구다. 너무 잘 아는 상대인 만큼 존중하면서 준비할 것이다. 토너먼트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승리에 목말라 있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하겠다.

▶오현규 선수가 사우디 수비가 강한 것은 한국을 만나지 않아서라고 얘기했다.

-지난 해 9월에 매치업 했던 상대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 부임 후 10경기 정도 했는데, 만치니 감독이 원하는 색깔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내일 상대는 강팀이고 좋은 선수가 많다. 김영권도 얘기했듯이 우리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팀 내부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안 좋은 장면도 보여줬지만 수정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긴장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 같은데, 승부차기도 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 승리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목표를 이루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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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사진=OSEN
▶김영권에 대해서.

-김영권과 함께 하는 것은 영광스럽다. 누구보다 프로 정신이 있는 선수와 함께 하는 건 즐거운 것 같다. 김영권과 함께 하면서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어린 선수들, 같은 소속의 정승현이 들어와서 경기에 못 뛰는데도 '감독님 상관없습니다. 팀으로서 중요합니다'고 얘기한다. 팀 승리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좋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승리에 목말라 있고 분위기가 좋은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영광이다. 내일 좋은 승리로 보답하겠다.

▶한국 미디어를 향해 결승까지 호텔을 예약하라고 얘기했는데.

-호텔 연장은 개인 선택이기 때문에 연장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정적이고 부담스러운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감독과 지도자로서 강팀을 만나도 자신감을 갖고 팀 선수들을 믿는 것이 맞다. 호텔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취소하면 된다. 내일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지만, 뚜렷한 목표인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당연한 것은 없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상대전적에서는 사우디가 우세하다.

-내일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분명한 건 관계자들과 팬분들 모두 내일 경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왔고 선수들과 이런 대회, 이런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좋다. 양 팀 모두 뚜렷한 목표를 위해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이, 한국 사람들이 긍정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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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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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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