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장인터뷰] 클린스만 "역전승 원동력? 韓국민께 트로피 드리려는 간절함"

알 자누브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2.0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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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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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프리킥 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손흥민. /AFPBBNews=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역전승 원동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께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려는 간절함이라고 꼽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새벽 0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한 번 붙었던 요르단을 다시 만난다.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 2-2로 비겼다. 요르단은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눌렀다. 이날 8강전은 한국 입장에서 복수전이었다. 지난 2015년 호주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호주에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승리로 제대로 갚았다.

16강 대역전극을 만들었던 한국은 또 한 번 기적을 썼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전반 42분 황인범(즈베즈다)이 한국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고 이것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공을 빼앗은 호주는 곧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이어 호주 공격수 크레이그 굿윈(알와다)이 높은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좀처럼 동점골을 만들지 못했다. 전후반 90분이 다 지났다.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다.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51분 손흥민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적극적인 드리블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어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튼)이 침착하게 마무리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었다. 스코어 1-1.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연장 14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환상적인 슈팅을 날려 역전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포효했다. 결국 한국은 2-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지난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0-1로 지고 있다가 경기 종료 1분을 남긴 후반 54분 '미남 히어로' 조규성(미트윌란)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덕분에 승부차기에서 이겨 8강 무대에 올랐다. 클린스만호는 2경기 연속 기적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역전승 원동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께 트로피를 선사하고자 한다. 또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에 간절하고 목마름이 생기는 것 같다"며 "이제 2경기가 남았다.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올려서 한국에 갖고 들어가고 싶은 꿈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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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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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프리킥 역전골 장면. /AFPBBNews=뉴스1
▲다음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일문일답.

-경기 소감

▶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쓰여졌다. 너무나 힘든 전투였고 또 한 번의 120분 혈투였다. 경기 전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너무나도 힘든 전투였다. 너무 자랑스럽다. 선수들과 함께 해서 영광스럽다. 가끔은 0-1로 뒤진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생각할 정도다. 한 골을 뒤지면 경기력이 좋아진다. 아무튼 다음 라운드 준결승에 진출해서 행복하고 기쁘다. 준결승에서는 강한 상대 요르단을 만난다. 이는 우리 조가 얼마나 강팀이 많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4강에서 다시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도 조별리그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도하에 남았다. 마지막까지 도하에 남고 싶다. 준비를 잘하겠다.

-오늘 승리 축하한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했다. 지난 16강전도 후반 막판에 넣고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이번 경기에서도 97분에 동점골,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너무나도 환상적인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팀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원동력은 대한민국 국민들께 트로피를 선사하고자 한다. 또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에 간절하고 목마름이 생기는 것 같다. 이로 인해 가끔은 긴장감과 부담감이 조성된다. 그래서 전반에 고전하는 것 같다. 한 골 뒤졌을 때 우승 트로피를 국민들께 안기려면 앞만 보고 전진하고 득점해서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 볼이 있을 때와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은 후반에 잘 보여줬다. 감독과 선배로서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어떨 때는 제가 직접 경기장에 들어가고 득점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제 2경기가 남았다.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올려서 한국에 갖고 들어가고 싶은 꿈이 있다.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 매 경기를 어렵게 이기는 이유. 또 4강전에서는 김민재가 뛰지 못하는데.

▶믿어주면 좋겠는데 저도 힘든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 빠르게 결과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않는, 끝까지 보여준 투혼과 투쟁심, 믿음과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선수들의 태도와 경기 임하는 자세, 또 투혼 덕분에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경기들도 대한민국이 쓰고 있는 스토리가 될 것 같다. 김민재는 많이 안타깝다. 많이 슬프고 본인도 많이 안타까울 것이다. 김민재가 후방에서 리더로서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정승현이 나올 수 있고 박진섭 등 수비형 미드필더를 변칙적으로 쓸 수 있다. 센터백을 내려서 스리백 전술도 있다. 정승현은 지속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여러 옵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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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선수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페널티킥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는 것 같아 누가 페널티킥을 찰 것인지 다시 확실히 하고자 했다. 손흥민이 킥을 나설지, 해도 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황희찬이 찬다는 신호를 보냈다. 손흥민도 황희찬에게 직접 다가가 격려해줬다. 혼란스러울 수 있어서 정확하게 하기 위해 선수들과 대화했다.

- 클린스만 축구에 좀비축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별명은 얼마든지 지어줘도 된다. 나중에 대회 끝나고 미디어 분들이 숙박 영수증만 청구 안하면 된다.

- 매 경기 롤러코스터 타고 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유로,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다. 선수들의 긴장감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특별히 도움을 주는 것이 있는가.

▶어떤 대륙, 어떤 팀, 어떤 선수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대한민국의 경우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한국뿐 아니라 대회를 보고 있는 모든 분들의 기대치가 높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기에 경기를 지배하고 결과를 빠르게 가져가고,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팀이 어렵다. 특히 강팀을 상대할 때는 내일을 보지 않고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 이런 팀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비적인 전술로 나왔는데 이해하는 부분이다. 버스를 세울 때는 아무리 두드려도 쉽게 득점하지 못하고 작은 실수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선수들에게 당연한 승리는 없다고 얘기한다. 어느 한 팀도 쉬운 상대가 없다. 이강인의 경우 파리 생제르맹 소속인데 상대는 강팀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강인이 이런 팀을 상대로 어떻게 운영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에 대해 성장할 것 같다. 대회를 치르고 이런 경기를 하면서 갖고 있는 기량을 잘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매 경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요르단 경기도 마찬가지다. 요르단도 장점이 있지만, 우리도 장점을 갖고 있다. 그 모습을 잘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다음 경기에서는 120분이 아닌 90분에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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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이원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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