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장인터뷰] 손흥민, 2G 연장 혈투에도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건 핑계"

알 자누브 스타디움(카타르)=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2.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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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손흥민.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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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호주전 복수에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새벽 0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대회 정상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이어갔다. 4강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한 번 붙었던 요르단을 만난다. 당시 두 팀은 2-2로 비겼다. 요르단은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꺾었다.

손흥민에게 의미 깊은 경기였다. 이날 호주전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서 아시안컵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직전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출전한 손흥민은 '레전드'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같은 통산 16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 호주전까지 나서 '17경기' 대기록을 쌓았다.

또 호주전은 한국과 손흥민의 복수전이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2015년 호주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호주에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손흥민은 호주와 결승전에서 뛰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내줘 한국은 패했다. 손흥민은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과 함께 그때 결승전에 뛴 김영권(울산HD), 김진수(전북현대)도 복수를 다짐했다.


한국은 전반 42분 선제 실점했다. 이후 동점골을 만들려고 했지만,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동점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51분 적극적인 드리블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어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튼)이 침착하게 마무리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었다. 스코어 1-1이 됐다.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한국은 연장 초반 황희찬의 발리슈팅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헤더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손흥민이 또 한 번 해결사로 나섰다. 연장 14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환상적인 슈팅을 날려 역전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펄쩍 뛰어올라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국 한국이 기적같은 2-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지난 16강 사우디를 상대로도 연장 120분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 승부를 펼쳤다. 2경기 연속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기자회견 인터뷰를 통해 "축구선수를 하면서 연장을 두 번 연속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엄청 힘들다기 보다는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게 토너먼트 묘미인 것 같다. 나라를 위해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핑계"라며 "이제 토너먼트에서 4개 팀만 남아서 하나의 우승컵을 가지고 싸우게 됐다. 어떤 핑계나 아픔은 필요 없다.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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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을 얻어낸 손흥민(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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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프리킥 골 장면. /AFPBBNews=뉴스1
■ 다음은 손흥민 일문일답.

- 경기 소감.

▶ 너무나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 퍼포먼스에 100% 만족하지 않지만, 경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중요하다. 양 팀 모두 너무 좋은 축구를 펼쳤다. 팀으로서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준결승에 진출했다. 제가 원하는 목표는 아니지만 이뤄내서 기쁘다.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경기도 잘하겠다.

- 후반 막판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 의논을 해서 키커를 정한 것인가. 아니면 미리 황희찬이 차기로 결정된 것인가.

▶ 제가 페널티킥 첫 번째 키커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제가 피지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황희찬도 자신 있게 차고 싶다고 했다. 황희찬도 이제는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모습을 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황희찬이 발전해서 골을 넣으며 팀에 도움이 됐다. 누가 차느냐 보다 골을 넣느냐가 중요했다. 황희찬이 골을 넣고 팀에 도움이 돼서 고맙게 생각한다.

- 측면과 중앙 중 어떤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편한지. 골이 많지 않지만, 측면에서 뛸 때 퍼포먼스가 좋은 것 같다.

▶ 페널티킥을 얻는 것을 보셨겠지만, 사이드에서 플레이한 것이 아니라 가운데에서 밀고 나가면서 얻었다. 제가 잘하는 포지션도 중요하지만, 다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세우던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을 로테이션으로 맡아가면서 좋은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주변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어 다행이다.

- 어렵게 이기면서 좀비축구라는 말이 생겼다. 또 토트넘 감독과도 연락을 했나.

▶ 어떤 축구를 하든 이기는 게 중요하다.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기를 통해 팀이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정신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믿음으로 더 강해진다. 연장에 가면 지칠 수 밖에 없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해주었다. 가장 큰 장점은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다.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님과도 계속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토트넘 경기를 할 때는 '행운을 빈다'고 문자를 보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님도 아시안컵 매 경기 문자를 보내주신다.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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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왼쪽)과 황희찬. /AFPBBNews=뉴스1
- 2015년 대회 호주와 결승전 패배 아픔이 있었는데. 동기가 됐는가.

▶ 복수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2015년 당시 마음 너무 아팠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런 경기들과 그런 경험들로 인해서 축구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호주전 복수보다는 우리의 목표, 팀이 생각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 체력 문제가 상당히 힘들 것 같다. 컨디션은 어떤가.

▶축구선수를 하면서 연장을 두 번 연속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엄청 힘들다기보다는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게 토너먼트의 묘미인 것 같다. 나라를 위해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핑계다. 이제 토너먼트에서 4개 팀만 남아서 하나의 우승컵을 가지고 싸우게 됐다. 어떤 핑계나 아픔은 필요 없다.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겠다.

- 손흥민이 마지막에 남긴 말

▶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이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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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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