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그리고 파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관중 모두가 쏟아낸 '기립박수' 감동 [파리 현장]

사우스 파리 아레나4(파리)=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8.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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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왼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상대 선수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탁구 여제' 신유빈(20·대한항공)이 한국 탁구 역사상 20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 메달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천적을 만나 실패했다. 그래도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은 물론, 파리 시민들까지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신유빈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신유빈(세계랭킹 8위)은 3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세계랭킹 5위 하야타 히나(24·일본)와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 탁구가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따낸 건 두 차례 있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현정화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경아가 역시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신유빈이 20년 만에 여자 단식 메달 획득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하야타는 신유빈의 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경기 전까지 4차례 맞붙었는데 모두 신유빈이 패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서도 끝내 천적을 넘지 못한 채 분루를 삼켰다.

신유빈은 1게임부터 11-9로 승리하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하야타의 안쪽과 바깥쪽을 골고루 공략하며 흐름을 내주지 않았고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초반부터 신유빈은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한 손을 번쩍 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하야타는 회전이 많은 서비스로 신유빈을 공략했다. 그러자 신유빈도 똑같이 서브 득점으로 맞대응한 뒤 또 공격을 성공시키며 8-6 리드를 잡았다. 이어 긴 랠리 끝에 신유빈의 포핸드 공격을 하야타가 반격했으나 네트에 걸리며 9-6까지 도망갔다. 결국 11-9로 승리.


하지만 하야타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게임에서는 듀스 접전 끝에 하야타가 13-11로 승리, 게임 스코어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하야타는 경기 초반 3차례 연속 서브를 시도하다가 네트를 범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에 잠시 흐름이 끊기면서 한 점을 내준 신유빈. 그러나 다시 하야타의 2연속 범실을 유도, 4-1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하야타는 신유빈의 백 사이드 쪽을 잘 공략하며 승부를 5-6으로 뒤집었다. 이후 신유빈이 끝내 승부를 9-9 원점으로 돌린 뒤 10-10이 되면서 듀스로 향했다. 결국 하야타의 포핸드 탑스핀을 막지 못하며 2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3게임. 신유빈과 하야타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이번에도 하야타가 12-10으로 승리했다. 초반부터 팽팽했다. 3-3, 4-4, 5-5 동점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후 신유빈의 공격이 살아나며 마침내 9-6, 3점 차 리드를 잡았다. 계속해서 10-7이 되면서 게임 포인트까지 단 한 점만을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하야타는 신유빈의 범실을 유도하며 10-9, 턱 밑까지 추격했다. 결국 10-10 듀스로 향했고, 신유빈이 내리 2점을 내주며 패하고 고개를 숙였다.

4경기에서 신유빈은 0-1로 뒤진 상황에서 신유빈이 바나나 플릭으로 상대를 테이블에서 멀찌감치 떨어트려놓은 뒤 스매시를 꽂아 넣었다. 4-4, 5-5 동점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서히 무게추가 하야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신유빈이 내리 2점을 허용한 뒤 긴 랠리 끝에 스매시 공격까지 내주며 5-8로 벌어진 것. 결국 4경기마저 내주면서 게임 스코어 1-3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5경기로 돌입하자 신유빈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백핸드 공격과 포핸드 공격을 번갈아 가며 구사,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6-6 원점 상황에서는 신유빈이 2연속 공격을 성공시키며 8-6 리드를 잡았다. 9-6에서 재차 한 점 차로 쫓기긴 했으나, 듀스에서 신유빈이 백핸드 공격을 성공시키며 5경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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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사진=뉴스1
여전히 게임 스코어 2-3으로 뒤진 신유빈. 신유빈은 먼저 2점을 내준 채 시작했다. 하야타가 신유빈의 서브를 하야타가 잘 받아내며 1-3이 됐다. 하지만 다시 신유빈의 공격이 막히면서 2-4가 됐고, 급기야 점수는 2-7, 5점 차까지 벌어졋다. 신유빈은 5-7, 2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하야타는 막바지로 향할 수록 더욱 힘을 냈다. 결국 7-10이 됐고, 신유빈이 한 점을 더 내주면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하야타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운 뒤 기쁨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채 매우 감격한 모습이었다. 반면 신유빈은 심판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 코트 양쪽을 오갔다. 이어 신유빈이 다가간 건 바로 하야타였다. 드러누워 있던 하야타는 신유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 그런 하야타를 향해 신유빈은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패자의 품격'이 빛난 순간이었다. 또 신유빈은 일본인 감독한테도 다가가 예우를 갖추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어쩌면 천적으로 지긋지긋할 법도 했지만, 신유빈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이후 신유빈은 벤치로 돌아온 뒤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있었다. 신유빈에게 오광헌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무언가 한참 동안 말을 건넸다. 그리고 얼마 후 신유빈이 일어섰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유빈은 코트를 한 바퀴 돌면서 손을 흔든 뒤 꾸뻑 인사도 했다. 그러자 기적처럼 모두가 일어났다. 그런 신유빈을 향해 한국과 중국, 일본 팬들은 물론,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파리 시민들도 신유빈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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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빨간색 원)이 경기장을 나갈 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경기장에 운집한 모든 관중들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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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오른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오광헌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믹스트존(공동 취재구역)에서 만난 신유빈은 오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감독님께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많은 발전이 있었으니, '지금처럼 충분히 노력하면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하야타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전한 장면에 관해 "저도 옆에서 봐왔지만, 그 선수도 그렇고, 모든 선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또 간절하다"면서 "그런 부분에서는 진짜 인정해주고 싶다. 저도 그렇게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축하의 뜻을) 전달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유빈은 팬들을 향해 인사한 것에 대해 "응원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렇게 파리에서 멋진 경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를 드렸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과연 다음에는 천적을 꺾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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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오른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실점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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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히나 하야타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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