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코치, 이제는 말한다 "김도영 29호 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더라"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8.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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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파울 타구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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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지난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홈런 치고 나갔다 오니까 별 게 아니었더라고요."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KBO리그 역대 최연소, 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30-30)를 달성한 뒤 취재진에 밝힌 소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속 시원히 내뱉기까지 걸린 12일간의 노력은 가볍지 않았다.


김도영은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상대 선발 엔마누엘 헤이수스를 상대로 시즌 30호 홈런을 쳤다. KBO 역대 9번째 한 시즌 30홈런-30도루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만 20세 10개월 13일의 김도영은 111경기 만에 30-30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연소, 최소 경기 기록을 갈아치우고 KBO의 또 다른 새 역사를 열었다.

이 중 최소 경기 신기록은 하마터면 해내지 못할 뻔했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가 기록에 도달한 시점은 112경기였다. 김도영의 타격 사이클도 크게 내려온 상태였다. 그는 지난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9호 홈런을 쏘아 올린 후 14일 경기까지 7경기 타율 0.238(21타수 5안타)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당시 김도영은 "힘든 건 딱히 없었다. 그냥 타격 사이클이 떨어져 타격감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떨어진 타격감을 찾는 데는 조승범 KIA 1군 전력 분석 코치의 도움이 컸다. 홀로 고민하던 김도영은 지난 11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후 조 코치를 찾아갔다. 조 코치는 최근 스타뉴스에 "(김)도영이는 꼭 안 맞거나 어려움이 생길 때 찾아온다. 그게 조금 서운할 때도 있다. 이번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고 농담 섞인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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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KIA전이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IA 김도영이 6회초 무사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도영이 29호 홈런 이후 장타를 의식하다 타격폼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으나, 조 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김)도영이가 장타를 의식한 건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이 끝나고 찾아와 자꾸 타격폼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난 도영이에게 '계속 지금처럼 해왔던 대로 일관성 있게 해. 지금 네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라고 주문했다. 문제가 생기면 얘기해 준다고 했는데 때마침 영상으로 메커니즘 쪽으로 안 좋은 부분이 나왔다"고 말을 이었다.

타격 사이클 하향세가 첫 번째 이유였다. 김도영은 지난 2년간 잦은 부상을 겪었고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다. 더욱이 7~8월은 무더위가 지속돼 타격 사이클이 한 번쯤 떨어질 수 있었는데 그 시기가 29호 홈런 전후로 겹친 것. 조 코치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타자는 타격 사이클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기본적으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공에 대한 반응이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놓치지 않았을 직구 실투에 반응이 다 늦고 파울이 났다"고 돌아봤다.

하향세의 타격 사이클에서도 어떻게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려는 김도영의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 조 코치는 "두 번째로는 타격할 때 축이 빨리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우타자 기준으로 왼발을 띄우고 치러 나가면서 땅에 발을 딛는 순간이 좋은 스윙이 나오는지 여부를 50%는 판가름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진했을 때는 (김)도영이가 축이 빨리 무너지면서 발을 내딛고 몸을 전진했을 때 한 번에 중심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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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KIA전이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IA 김도영이 4회초 무서에서 내야땅볼을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어 "전처럼 배트 스피드가 나오지 않다 보니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몸이) 빨리 앞으로 나갔다. 그 전까지 중심을 잘 잡으면서 이동한 것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타격 시퀀스가 깨지고 메커니즘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그런 걸 짚어주고 고쳐 나가야 할 것을 설명해줬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타격 영상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바로 감 잡은 김도영은 교정한 스윙을 거듭 연습했다. 그 결과 13일 고척 키움전부터 잘 맞은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15일에는 대망의 30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김도영의 한 방이 터지자, 답답했던 KIA의 흐름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김도영이 30홈런을 친 그 경기부터 KIA는 4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홈런에 선수 본인뿐 아니라 구단도 답답했을 터. 그러나 조 코치는 평소 김도영의 생활 습관과 야구에 대한 자세를 떠올리며 금방 부진에서 벗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조 코치는 "실력이 뛰어나 좋은 활약을 하다 보면 변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잘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해왔던 루틴을 지키지 않게 되는데 (김)도영이는 그런 점 없이 일관되고 성실하다. 우리 같은 코치나 구단에서도 놀라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지금도 도영이는 문제가 생길 때면 전화하거나 많이 찾아온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나 여기 있는 코치님은 계속 바뀔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자가 진단을 해서 혼자서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많이 강조한다"며 "(김)도영이는 이제 겨우 3년 차다. 경험이 쌓이고 부상 없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면 더 이상 말해줄 게 없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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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16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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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 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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