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최원태(오른쪽)가 6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을 맺고 유정근 대표이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6일 "선발진 보강을 위해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최원태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외부 FA 김재윤과 임창민 도합 66억원을 썼던 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구나 최원태는 A등급으로 분류돼 보상선수 유출 부담도 큰 상황이 됐다.
최원태는 2017년 이후 8년 동안 선발 전문 투수로서 KBO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1073⅓이닝을 책임지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의 구종을 다양하게 섞어 던질 수 있는 안정된 제구력을 갖췄다.
가치가 큰 투수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2015년 넥센(키움 전신)에 입단해 이듬해 데뷔한 그는 통산 217경기에서 78승 58패, 평균자책점(ERA) 4.36을 기록했다. 수치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지만 8시즌 연속 20경기, 10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올 시즌엔 24경기에서 126⅔이닝 9승 7패 ERA 4.26을 기록했다.
삼성을 상대로도 2경기 10⅔이닝 동안 1승 ERA 0.84로 강했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도 1경기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LG 시절 최원태의 투구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
삼성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불안 속에도 데니 레예스(3승)와 원태인(1승) 둘이 4승을 합작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에선 최원태가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5실점 부진해 반사이익을 얻은 경기도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에게 패한 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올해 활약을 해서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도 "작년에도 그랬지만 불펜 쪽에 보완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1년을 치르면서 장기레이스에선 불펜 쪽에 안정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느껴졌다. 선발진은 잘 꾸려가면서 활약을 해줬는데 불펜진을 재정비해서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발진보다는 불펜진 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장현식(LG) 등 불펜 FA 자원 영입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성과는 없었고 올 시즌 첫 FA 영입은 선발 자원 최원태가 됐다.
삼성이 최원태의 약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실보다는 득이 클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투수는 놀음' 특히, 그 중에서도 선발 투수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작년 불펜진 보강에 힘을 썼음에도 올 시즌 불펜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 투구를 펼쳐 불펜진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에서 최원태는 삼성에 필요한 투수였다.
최원태. /사진=김진경 대기자 |
삼성 구단은 최원태 영입 후 "새 외국인 투수 후라도 합류에 이어 최원태까지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는 이로써 4선발까지 공고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며 "삼성 라이온즈는 2025시즌을 대비해 외부 투수 FA 자원을 면밀히 관찰했다. 다음 시즌 팀순위 상승을 위해선 안정적인 선발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기에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따라붙는 의문은 과연 70억원을 쓸 가치가 있었냐는 것이다. 가을야구에 약했던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최원태와 대동소이한 B등급 엄상백(28·한화)이 시장에서 4년 78억원에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원하는 투수를 데려오기 위해 원하는 수준의 금액만을 고수할 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만큼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을 손쉽게 구하는 게 힘든 것도 현실이었다.
더구나 최원태는 삼성을 상대로 타자 친화적 구장인 대구에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향후 원태인, 이승현 등과 함께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가기에 충분한 자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은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땅볼 유도 능력도 보유했다"며 "삼성 라이온즈는 내년에 만 28세가 되는 최원태가 선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원태 또한 "야구장이 작긴 한데,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장 특성에 맞게 구종 선택도 다양하게 해야할 것 같다"며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다. 매 시즌 최소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계약 직후 최원태(오른쪽)와 이종열 단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