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LG 퓨처스 감독(왼쪽)의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시절.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LG 트윈스는 13일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으로 향한 최원태의 보상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10일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건네받았고 사흘 뒤인 이날까지 보상선수를 택해야 한다.
A등급 FA 최원태를 4년 최대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에 영입한 삼성은 전년도 연봉 200%(8억원)과 보상선수 1명(20인 보호선수 외) 또는 전년도 연봉 300%(12억원)을 LG에 건네야 했고 LG는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당초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42)이 2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종열(51) 삼성 단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오승환은 보호선수 명단에 넣는다. 오승환이 삼성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레전드로서 우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고려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승환은 물론이고 홈런왕 박병호(38)에 포수 이병헌, 투수 최채흥(29),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던 외야수 김성윤(25) 등까지 명단 제외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그만큼 지켜야 할 선수가 많은 삼성의 상황이었다.
최원태(오른쪽)가 지난 6일 삼성과 FA 계약을 맺고 이종열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LG는 불펜 투수가 급한 상황이다. 마무리 유영찬과 함덕주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고 장현식을 FA로 영입했지만 여전히 보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상대의 상황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이종열 단장은 "(투수가 급한) LG의 사정보다 우리 팀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우리 팀에서 필요한 선수 20명을 전략적으로 잘 묶어 LG에 보내려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를 영입했고 KBO는 8일 이 사실을 공시했다. 삼성은 이로부터 사흘 안에 보호선수 명단을 LG 측에 넘겨야 했는데 이틀 만인 10일 이를 건넸다. LG는 이미 고민의 시간을 보내며 이틀을 보냈고 13일엔 최종 보상선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후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있어 그 이전인 오전 중 공식발표를 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프런트와 현장이 보상 선수 지명을 놓고 신중한 논의를 나눴고 메이저리그(MLB) 윈터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향한 차명석 단장은 이날 귀국해 보상선수를 문제없이 결정할 전망이다. 김강률과 심창민의 추가 보강을 추진 중인 만큼 투수에 국한하기 보다는 보다 폭넓게 최고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더불어 LG로선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바로 국내에서 선수로만 17년, 은퇴 후엔 지도자로서 5년까지 무려 22년을 LG에서만 보낸 '적토마' 이병규(50) 퓨처스(2군) 감독이다. 이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돌연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박진만(48) 삼성 감독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고 그에 화답했다.
LG 유영찬. /사진=김진경 대기자 |
선수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었고 때로는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며 박진만 감독과는 또 다른 역할을 하며 상호보완 관계를 이어갔으나 올 시즌을 마친 뒤 LG의 퓨처스 감독으로 2년 만에 팀에 복귀했다.
삼성에서 후반기엔 퓨처스 감독을 맡아 삼성의 유망주 풀에 대해서도 LG 내부의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보상선수 지명에서 큰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열 삼성 단장이 LG보다는 팀 내부 상황에 집중해 보호명단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삼성의 선수풀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이병규 감독을 의식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다.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선수들이 제외되고 이런 선수를 지명했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과거의 기록 등 겉보기엔 잠재력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단 자체적으로는 이미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은 선수로 결론을 내린 케이스들이다.
이번에도 삼성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 중 이러한 유형이 LG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이병규 LG 퓨처스 감독이 팀에 합류하면서 삼성은 수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기에 이날 발표될 LG의 보상선수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팬들 사이에선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보상선수 픽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병규 LG 퓨처스 감독(가운데)의 삼성 수석코치 시절.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