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한달 더 지났는데... 아직도 "몸 상태 30%", 절박했던 캡틴의 '1년 더', 구자욱은 여전한 '팀퍼스트'였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12.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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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13일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에 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몸 상태는 30% 정도 회복됐다. 많이 좋아졌다."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은 활짝 웃었다. 결국 커리어 3번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아쉬움 하나는 여전했다. 그만큼 더 강해져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내년 시즌에도 다시 한 번 캡틴으로 시즌을 준비한다.


구자욱은 13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효표 288표 중 260표를 받아 득표율 90.3%로 당당히 외야수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베테랑들 속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129경기에서 839⅓이닝 동안 외야 수비에 나섰고 타율(0.343)과 타점(115), 출루율(0.417) 4위, OPS(출루율+장타율·1.044) 2위, 장타율(0.627) 3위, 홈런(33) 5위 등 타격 대부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을 누렸다.

솔선수범하며 팀 동료들을 이끌었고 김영웅, 이성규, 이재현 등 후배들이 크게 반등하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어 이뤄낸 준우승이다. 시즌 전 5강 후보로도 분류되지 않았던 삼성이기에 더욱 뜻깊은 성과였다. 시상식 전 만난 구자욱도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이 더더욱 중요하다. 팀 성적이 좋고 제 성적도 좋아서 두 배로 기쁜 마음을 가진 한 해였다"며 "저 혼자만 잘해서 팀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워낙 잘해줬고 열심히 준비했다. 내년을 준비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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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13일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을 수상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다시 돌이켜봐도 크나 큰 아쉬움이 남았던 무대였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타율 0.800(5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2차전 주루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고 결국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막강한 원투펀치를 갖추고도 해결사의 부재 속에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구자욱은 일본으로 이동해 재활에 전념했다. 단 한 경기, 한 타석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이었고 팀에 합류해서도 타석에서 연습 스윙을 할 정도로 승부처에서 대타로라도 나서겠다는 의지였다. 구자욱은 "무릎이 어떻게 되더라도 1루까지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시리즈 내내 구자욱의 부상과 경기 출전 여부가 화제가 됐다. 그러나 구자욱은 끝내 부상 이후 단 한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누구보다 빼어난 워크에식을 자랑하는 구자욱이기에 부상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이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구자욱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면서도 "몸 상태는 30% 정도 회복했다. 원래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풀고 재활하는 단계다. 많이 좋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 땐 뛸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잘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잘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확실한 대답을 피했다. 선수의 부상 관리 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발언이 자칫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듯이 조심스러워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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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이 플레이오프에서 부상 이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만큼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뜻이 강했다. 눈물을 흘렸다는 제보를 전하자 "눈물보다는 감동적인 순간이 많아서 뭉클한 순간들이 있었다"며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울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내년 1월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이때까지도 완전한 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구자욱은 "문제없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재활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캠프에 가서도 꾸준하게 재활이나 운동을 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일단 100%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상식 후 만난 구자욱은 "지금 거의 루틴이 일정하다. 평일 내내 재활 훈련을 한다. 오전에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재활을 하고 있다. 바르게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도, 팀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구자욱을 향한 박진만 감독의 신뢰도는 최고조다. 자연스레 '캡틴 구자욱'은 1년 더 'GO'다.

삼성은 비시즌 LG 선발 최원태와 4년 최대 총액 7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더 탄탄해진 선발진을 앞세워 삼성은 더 높은 꿈을 그린다.

구자욱은 "정말 기적 같은 또 시즌 보냈지만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 갑자기 잘했던 선수들도 있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훈련이나 경기에 나서야 한다"며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올 시즌 부족했던 걸 잘 채워서 생각을 다 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아직 강팀이 아닌 강팀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아직 강팀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 우리는 약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이나 경기 때, 생활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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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구자욱.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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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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