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송정동초-충장중-광주제일고 졸업 후 1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서건창에게 2024시즌은 최고의 한 해였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3전 4기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2021시즌 후 첫 자격을 갖춘 후 자신 있게 FA를 선언할 성과를 낸 점이다. 그동안은 아쉬운 성적 탓에 FA 자격을 갖췄음에도 신청하지 못했다. 콘택트에 장점이 있는데도 2021년 타율 0.253, 2022년 0.224, 2023년 0.200으로 오히려 성적은 더 떨어져 KBO 2차 드래프트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에 놓였다.
올해는 주로 대타, 대수비로 나와 정규시즌 94경기 248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율 0.310, 1홈런 26타점 40득점 3도루, 출루율 0.416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820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5년 만의 3할 타율 시즌이었다.
또 득점권 타율 0.344로 기회 때마다 좋은 역할을 했고 후반기 들어 34경기 타율 0.375(77타수 24안타)로 KIA의 통합우승에 일조했다. 더욱이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선수 연봉의 150%(1억 원)만 지불하면 되는 FA C등급에 해당하는 것도 호재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원소속팀 KIA조차 아직은 입장 차가 있다. 12월 10일~1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에서도 KIA 심재학 단장과 서건창의 에이전트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전트 측에서 제시한 금액은 현시점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FA 시장 개장 두 달 가까이 협상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이면 만 35세가 되는 서건창은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대타 자원으로 여겨진다. 좌투수 상대 타율 0.263(38타수 10안타), 우투수 상대 0.318(148타수 47안타), 언더투수 상대 0.353(17타수 6안타)으로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또 36볼넷 31삼진으로 볼을 곧잘 골라내고 파울타구도 곧잘 만들어 다양한 작전 상황에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2루 수비는 예년만 못하고, 도루 역시 풀타임을 뛰면 두 자릿수가 기대되는 정도다. 그의 마지막 20도루 시즌은 2020년이었다.
사실상 백업 2루수 및 대타 요원으로 자리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많은 나이도 걸린다. 최근 KBO 리그에서는 어린 유격수, 3루수 유망주에게 1군 경험을 주기 위해 비교적 수비 부담이 덜한 포지션으로 2루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장의 성적이 급한 팀이 아니라면 2루는 어린 유망주들을 위해 비워놓은 확률이 높다.
자연스레 만 35세 2루수의 선택지도 5강 경쟁에 뛰어들 팀들로 좁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유일하게 샐러리캡을 초과한 LG 트윈스는 백업에 많은 투자를 하기 힘들었고, 한화 이글스는 더 급한 포지션을 채우며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공백이 예상됐던 삼성 라이온즈는 내부 FA 류지혁(30)을 4년 26억 원에 잡으면서 전력 구성을 얼추 마무리했다. 기회를 줘야 할 유망주가 있는 SSG 랜더스 등도 그 대상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주전 2루수 김선빈(35)에 김규성(27), 박민(23), 윤도현(21) 등 유망주들이 있는 KIA는 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KIA도 서건창이 남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KIA는 내년을 현재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2025시즌 후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쏟아지고 주축 선수들도 나이가 들어 2025시즌 이후는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우승 도전팀에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도루가 기대되는 백업은 매력적 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