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스타트할지도" LAD 김혜성 향한 냉정한 시선, 빅리그 데뷔 관건은 '유틸리티' 아닌 '이것'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1.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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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마침내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룬 김혜성(26·LA 다저스)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LA 다저스는 지난 4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유틸리티 김혜성과 3년 보장 1250만 달러(약 184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2028년과 2029년 옵션이 있어 계약은 2200만 달러(약 324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혜성의 계약은 다소 극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시간으로 지난해 12월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을 통해 포스팅 공시됐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2025년 1월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 따르면 김혜성은 나이가 어리고 운동 능력이 좋은 성실한 유틸리티 자원이었다. 그 탓에 계약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많은 구단이 문의를 했다. 김혜성의 미국 에이전시 CAA 스포츠 관계자에 따르면 다저스, LA 에인절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시내티 레즈, 시카고 컵스 총 6팀이 구체적인 제의를 했다.

이 중 에인절스, 다저스 순으로 계약 규모가 컸고, 김혜성은 고심 끝에 다저스행을 선택했다. 계약 후 미국 오렌지카운트레지스터의 제프 플레처 기자는 에인절스가 다저스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반박했으나, 이는 보장액과 총액에 따른 해석의 차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CAA 스포츠 관계자는 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총액 기준 에인절스가 5년 2800만 달러로 가장 높았던 것이 맞다. LA 두 팀과 시애틀이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사실 관계를 확실히 했다.


다저스는 확실히 김혜성을 원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였고, 성장 가능성에 있어 가장 높은 곳도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최근 12년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11번 제패하고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최강팀이다. 자연스럽게 매년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이 최하위를 맴돌았음에도 꾸준히 신인 선수들을 발굴해 왕조를 만들었고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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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가 지난 4일(한국시간) 김혜성 영입 발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메이저리그부터 마이너리그까지 최고 수준의 탄탄한 뎁스가 김혜성의 고민을 길어지게 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의 뎁스 차트에 따르면 2025년 다저스 내야는 3루수 맥스 먼시-유격수 무키 베츠-2루수 개빈 럭스-1루수 프레디 프리먼으로 구성돼 있다. 내야 백업으로 미겔 로하스, 김혜성, 크리스 테일러가 소개됐다. 중견수로 소개된 토미 에드먼은 골드글러브 2루수 출신으로 언제든 내야가 가능하고, 반대로 테일러는 외야로 심심치 않게 출전하는 만능 유틸리티 자원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선수들인 만큼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특히 주전 2루수로 여겨지는 럭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타율 0.304, 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99로 2025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또 하나의 고민은 이들 중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다면 트리플A로 내리는 데 부담이 덜하지만, 옵션이 없는 메이저리그 계약 보장 선수들은 지명할당(DFA) 제도를 거쳐야 한다. 그런 만큼 일단 있는 선수를 쓸 확률이 높고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김혜성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4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스프링캠프 때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다저스도 김혜성을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데려간 것이지만, 그 자리엔 에드먼도 있다"며 "빅리그 데뷔는 할 것 같긴 한데 쉽지 않다. 일단 스타트는 마이너리그에서 할 것 같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다저스는 김혜성은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는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수비에 일가견이 있고 중앙 내야 두 개 포지션에서 경험이 있다. 다저스는 이번 겨울 다시 한 번 베츠가 개막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혜성의 존재가 그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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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시절 김혜성.


하지만 단기간에 유틸리티 능력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빠른 발과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KBO에서도 코너 외야까지 소화했으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KBO 리그에서 2루수(5156⅔이닝), 유격수(1924이닝), 3루수(95이닝), 좌익수(291⅔이닝), 우익수(1이닝) 순으로 뛰었다. 2루 다음으로 많은 이닝에 나선 유격수에서는 2021년 29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외야수로 나선 것도 2020년이 마지막이어서 유틸리티적인 측면에서 잔뼈굵은 테일러, 에드먼, 로하스를 넘긴 어렵다.

오히려 관건은 일관적인 콘택트 능력에 달렸다는 의견이 있다. 김혜성은 붙박이로 올라선 2021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렸고, 통산 타율은 0.304다. 통산 325볼넷 623삼진으로 볼을 골라내는 타입은 아니지만, 빠른 반응속도와 콘택트 능력이 좋아 안타 생산에 능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KBO 리그 레벨에서일 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지난해 헤맨 것처럼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단계에서는 증명할 것이 많다.

스카우트 A는 "다저스가 뜬금없이 3루, 유격수, 외야수로 내보내진 않을 것 같다. 연습이 전혀 안 돼 있고 2루도 스프링캠프에서 테스트할 것 같다. 2루에서 안정감과 송구도 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비는 한국에서만큼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텐데 타격에서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웬만큼 좋은 성적이 아니고서야 개막전 스타트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인 주루와 콘택트 부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 빅리그 스타트도 가능할 것"이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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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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