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합성사진).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
개빈 럭스. /AFPBBNews=뉴스1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7일(한국 시각) "신시내티 레즈가 다저스로부터 2루수와 외야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럭스를 영입했다. 이로써 신시내티는 공격적인 부분 보강에 성공했다. 반면 다저스는 유망주 마이크 시로타(22)와 신인 지명권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혜성이 진짜 다저스 2루수로 도약하는 것인가. 타이밍이 매우 공교롭다. 물론 럭스의 트레이드설은 김혜성이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꾸준하게 나왔다. 그리고 김혜성이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결국 럭스가 팀을 떠났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가 그냥 주전 2루수를 버릴 이유는 없을 터. 종합적으로 볼 때 럭스의 트레이드는 김혜성의 영입과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
럭스는 지난 2019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주 포지션은 2루수. 럭스는 2024시즌 다저스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럭스는 2019시즌 23경기, 2020시즌 19경기에 각각 출전했다. 이어 2021시즌 102경기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빅리그 무대를 누비기 시작했다. 2022시즌에는 129경기에 출장, 타율 0.276(421타수 116안타) 6홈런 2루타 20개 3루타 7개, 42타점 66득점, 47볼넷 95삼진, 7도루(2실패), 출루율 0.346 장타율 0.399, OPS(출루율+장타율) 0.745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럭스는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3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범경기 도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한 럭스는 2024시즌 복귀했다. 하지만 부상 여파 탓이었을까. 럭스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24시즌 139경기를 소화하면서 타율 0.251(439타수 110안타) 10홈런 2루타 24개 3루타 2개, 50타점 59득점, 44볼넷 110삼진, 5도루(2실패) 출루율 0.320 장타율 0.383, OPS 0.703의 세부 성적을 올렸다. 타율도 2022시즌보다 낮아졌으며, OPS도 마찬가지로 떨어졌다. 수비 쪽에서도 대부분 2루수로 뛰었다. 지난 시즌 138경기(1053⅓이닝)에서 2루수로 활약했으며, 유격수로는 단 1경기(1⅓이닝)에 출전했을 뿐이었다. 지난 시즌 실책은 9개였다.
결국 다저스는 럭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분명 트레이드는 없다고 했는데 과감하게 트레이드를 시켜버렸다. 미국 매체 ESPN에 따르면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김혜성을 영입한 뒤에도 "여전히 무키 베츠가 선발 유격수, 럭스는 선발 2루수"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럭스가 떠나면서 말을 바꾼 셈이 됐다.
7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된 개빈 럭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
개빈 럭스. /AFPBBNews=뉴스1 |
또 다른 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혜성의 영입으로 다저스의 센터 내야수 자원이 풍족해졌다. 김혜성은 럭스와 같은 20대 중반의 내야수다. 같은 좌타자"라면서 "하지만 럭스는 2023년 무릎 수술을 받았다. 주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결국 럭스와 같은 유형의 타자인 김혜성을 영입했기에, 미련없이 럭스를 보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김혜성은 지난 4일 다저스와 3년 1250만 달러(한화 약 184억원)의 보장 계약을 맺고 마침내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당초 김혜성의 다저스 입단을 두고 주전 경쟁에 물음표가 달렸던 게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2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이미 두터운 내야진 뎁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2루 포지션에 럭스가 버티고 있었으며, 미겔 로하스와 토미 현수 에드먼, 크리스 테일러 등 백업 내야 자원도 풍부한 편인 다저스다.
ESPN은 "김혜성은 럭스의 출루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활약과 함께 콘택트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김혜성의 수비력은 뛰어나다. 또 럭스보다 훨씬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만 매체는 "KBO 리그 무대에서 뛰었다가 온 모든 타자에게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매체의 설명대로 김혜성은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자랑한다.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는 2루수 골든글러브를 각각 수상하며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유격수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선수는 KBO 리그 역사상 김혜성이 유일하다. 수비력도 갖췄다. 2023년 신설된 KBO 수비상 2루수 부문에서도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루 능력도 좋다. 2018시즌부터 매 시즌 20도루 이상 기록했다. 2021시즌에는 무려 4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난해에도 30도루를 마크했다.
아직 김혜성의 나이가 젊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ESPN은 "다저스가 럭스를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김혜성의 길을 내줬다. 로스터에 역동성을 부여하면서 미래를 위한 유망주까지 획득했다"고 전했다. 주전 2루수의 트레이드는 분명 김혜성의 주전 경쟁에 있어서 호재라 할 수 있다. 물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부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눈 안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을 향한 한국 팬들의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LA 다저스가 4일 김혜성 영입 발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