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가 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김하성의 입단 소식을 알렸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공식 SNS 갈무리 |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5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내야수 호세 카발레로가 FA로 새롭게 영입된 김하성에게 자신의 등번호 7번을 주기로 합의하면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77번을 달게 됐다"고 밝혔다.
파나마 태생의 카발레로는 2017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뒤 202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 데뷔, 2024년 탬파베이로 넘어온 선수다. 따라서 그는 입단 1년 만에 등번호를 7번에서 77번으로 바꾸게 됐다.
김하성의 입지를 알려주는 소소한 예시이기도 하다. 김하성은 지난 4일 2026년 옵트아웃이 포함된 2년 최대 3100만 달러(약 452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300만 달러(약 190억 원), 내년 1600만 달러(약 234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고, 2025시즌 325타석에 서면 200만 달러(약 29억 원)를 추가로 받는 조건이다. 총액 3100만 달러도 탬파베이 역대 야수 FA 영입으로서는 1999년 12월 그렉 본이 체결했던 4년 3400만 달러(약 491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고, 연평균 금액으로는 김하성이 앞선다.
올해 연봉 1300만 달러는 팀 내 최고 연봉이기도 하다. 종전 최고 연봉자는 1050만 달러(약 153억 원)의 브랜든 라우(31)였다. 또한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등번호 7번도 보장했다. 김하성 역시 공식 입단 직후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부터 7번을 달고 뛰었다. 이 번호를 항상 달고 다녔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7번이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번호"라고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김하성(왼쪽)과 카바예로의 새 등 번호. /사진=MLB 저지 넘버 SNS 갈무리 |
그러면서 김하성은 탬파베이에서 등번호 7번을 단 역대 8번째 선수가 됐다. 2012년 제프 케핑거가 처음 달았고, 이후 데이비드 데헤수스(2013~2015년), 다니엘 나바(2015년), 로건 모리슨(2016~2017년), 마이클 페레즈(2019~2020년), 비달 브루얀(2021~2023년), 카발레로(2024)가 주인이었다.
SI는 김하성이 전임자들의 지난 성과를 단숨에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가장 타격 생산성이 높았던 7번 선수는 3.4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의 모리슨이다. 그는 2년간 1루와 외야를 오고 가면서 52홈런 128타점을 때려낸 파워히터로, SI는 김하성이 모리슨을 계약 기간 내에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직감했다.
김하성이 지난해 10월 받은 어깨 수술로 올해 빨라도 4월 말에 복귀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높은 기대치다. SI는 "김하성이 오른쪽 어깨 재활로 인해 시즌 첫 달을 놓칠 가능성이 높음에도, (역대 7번 선수 WAR) 순위표를 오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2026년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김하성은 탬파베이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김하성이 4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 입단 기념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줌 인터뷰 갈무리 |
매체의 기대는 괜한 것이 아니다.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21경기 타율 0.233, 11홈런 47타점 2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00으로 활약이 저조했음에도 WAR 2.6을 마크했다. 백업 유틸리티였던 데뷔 시즌조차 2.1 WAR을 기록했고, 첫 주전으로 올라선 2022년에는 4.9 WAR로 올스타급 성적을 냈다.
공·수 모두에서 커리어하이였던 2023시즌은 말할 것도 없다. 2023년 김하성은 152경기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 0.749의 성적을 올린 뒤 내셔널리그 MVP 투표 14위에 올랐다. 이때의 WAR은 5.8이었다. 올 시즌 후 옵트 아웃을 한다 해도 복귀 후 공·수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 모리슨이 2년간 쌓은 WAR 3.4를 넘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
관건은 김하성의 건강하고 빠른 복귀다. 김하성은 "수술이 정말 잘 됐다고 들었다. 재활도 순조롭다. 지금은 공도 던지고 타격도 시작했다. 올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내 플레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