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가 지난 4일 김하성의 영입 발표를 하며 공개한 사진. /사진=탬파베이 레이스 공식 SNS 갈무리 |
그러나 그 이유가 밝혀졌다. 그만한 투자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쥔 게 탬파베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탬파베이 지역 매체 탬파베이 타임스의 마크 톱킨 기자는 6일(한국시간) "레이스가 김하성을 위해 2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4일 김하성 영입을 공식 발표한 탬파베이는 당초 알려진 2년 2900만 달러가 아닌 3100만 달러(449억원)라고 계약 규모를 밝혔다. 타석에 따른 200만 달러(29억원) 인센티브가 포함된 것이었는데 톱킨 기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부 규정을 공개한 탬파베이 레이스 전문 기자다. 첫 325타석을 채울 때부터 각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20만 달러씩 추가되고 525타석을 채우면 200만 달러를 모두 챙겨가는 방식이다. 탬파베이 소식에 밝은 전문가이기에 탬파베이가 그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 볼 법하다.
김하성이 4일 취재진과 화상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줌 화상 인터뷰 갈무리 |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대표적인 스몰마켓이다. 김하성의 계약 규모가 구단이 FA 선수에게 투자한 2번째로 큰 금액일 정도. 최고액은 1999년 12월 계약을 맺은 그렉 본과 4년 3400만 달러였다. 연평균 금액에선 김하성이 압도한다.
톱킨은 "레이스는 그들의 기준으로 김하성에게 많은 돈을 지불했지만 FA 시장으로 따지면 그렇지 않다"면서도 "김하성의 2025년 연봉 1300만 달러는 레이스에서 가장 높고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다. 그가 타석 인센티브로 200만 달러를 모두 받으면 그는 2019년에 찰리 모튼이 받은 프랜차이즈 기록인 1500만 달러와 맞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현지에서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 소식이었다. 김하성으로서도 계약 기간이 아쉬웠을 뿐 계약 규모는 현실적으로 최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년 뒤 FA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그에겐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김하성이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톱킨은 "그가 지난해 8월 중순에 어깨에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업계에서는 그가 9자리 수(1억 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연평균 가치는 약 2000만 달러였다"며 "그만한 가치의 선수를 단기 계약으로 영입하는 일은 드물지만 레이스의 계약엔 그의 경기장에서 이점 외에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 /AFPBBNews=뉴스1 |
QO는 FA를 선언하는 선수에게 구단이 제안할 수 있는 규정으로 MLB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의 수준을 지급하고 해당 선수를 1년 잔류하게끔 하는 조항이다. 2024년 기준으로는 2105만 달러(304억원)였다.
물론 선수에게도 거부권이 있다. 톱킨 기자는 탬파베이가 이 부분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QO는 구단의 손실을 덜어주기 위한 조항인데 이를 선수가 거부할 경우 구단에도 안전 장치가 제공된다.
해당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하며 계약을 맺은 규모에 따라 드래프트권이 달라지는데 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을 경우엔 1,2라운드 사이 지명권을, 5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2,3라운드 사이 지명권을 보상 받는다.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행사한다는 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수술 이전 수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가치를 다시 끌어올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당초 예상대로 장기 계약과 함께 1억 달러(1447억원) 수준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김하성이 QO를 거절할 경우 탬파베이가 1,2라운드 사이 지명권을 얻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
QO 제안을 거절할 경우엔 수준급 활약이 전제되는 김하성을 1년 1300만 달러에 사용하고 상위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로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가 되는 셈이다.
만약 김하성의 2025년 활약이 미진할 경우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바로 트레이드다. 톱킨은 "김하성의 복귀가 지연되거나 잘하지 못해 2026년 연봉 1600만 달러에 레이스에 남기를 원한다면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시즌 전이나 시즌 중에 트레이드를 통해 급여 수준을 내리고 또 다른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톱킨은 김하성이 성공적으로 복귀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상황 속에서 팀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경우에도 트레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바로 부상이다. 김하성의 수술 후 상태를 확인한 탬파베이는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고 큰 돈을 썼지만 만약 몸 상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경우엔 탬파베이로서 최악의 영입이 될 수 있다.
톱킨은 "레이스에게 이 거래가 정말 안 좋게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김이 또 다른 심각한 부상(또는 어깨 통증)을 입어 2년 중 상당 기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라며 "이는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라면 누구나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어깨 부상을 당하고 교체아웃되는 김하성(가운데).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