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도 활짝 웃었다' 김혜성 시범경기 첫 홈런포, '1루→홈' 폭풍 질주+3득점까지... 맞은편 이정후도 2안타 1타점 폭발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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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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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히어로즈 동기들이 주말 아침부터 한국 야구팬들을 들뜨게 했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먼저 적시타 포함 멀티히트로 쾌조의 컨디션을 알렸다. 뒤이어 시범경기 부진에 시달리던 김혜성(26·LA 다저스)이 마수걸이 홈런포와 빠른 발로 3득점을 올려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다저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서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동기이자 절친 이정후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그간의 부진을 씻고 펄펄 날았다.


김혜성은 다저스의 8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시범경기 타율은 0.071(14타수 1안타)에서 0.133(15타수 2안타)로 소폭 상승했다.

가장 고무적인 건 김혜성의 시범경기 두 번째 안타이자 맞자마자 넘어간 걸 직감할 수 있는 대형 홈런포였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1-2로 지고 있는 5회말 1사에서 우완 투수 메이슨 블랙을 상대했다. 블랙은 시속 91.6마일(약 147.4㎞)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졌고, 김혜성은 그 공을 놓치지 않고 크게 밀어 쳐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이 홈런에 더그아웃에 있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포함 모든 다저스 선수가 잇몸을 만개하며 김혜성을 격하게 축하했다. "김혜성은 타격이 관건"이라고 말하던 로버츠 감독도 활짝 웃으며 제자의 첫 홈런을 반겼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단번에 잊게 하는 홈런이었다. 김혜성은 지난 1월 다저스와 3년 총 1250만 달러 보장 구단 옵션 2년 포함 최대 2200만 달러(약 322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6경기에서 타율 0.071(14타수 1안타)로 부진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빠른 공과 수준 높은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2볼넷 7삼진으로 부진하면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날 김혜성은 3회말 1사 첫 타석에서 볼넷 출루 후 이어진 그리핀 록우드-포웰의 좌익수 방면 2루타 때 단숨에 홈까지 내달려 득점을 만드는 등 자신의 강점을 모두 보여줬다. 7회말 무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도 2루 쪽으로 향하는 땅볼 타구에 병살은 모면하면서 자신의 빠른 발을 다시 한번 뽐냈다. 후속 타자 호수에 데 파울라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으면서 3득점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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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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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3루로 향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메이저리그 선배 이정후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3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 1삼진을 마크해 시범경기 성적을 타율 0.333, OPS(출루율+장타율)를 1.134까지 끌어올렸다.

1회초 1사 3루에서 맷 사우어를 상대한 이정후는 몸쪽 슬라이더에 크게 헛스윙하더니 한가운데 슬라이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익수 방면 대형 2루타를 때려냈다. 이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1타점 적시타가 됐다. 3회초 1사 1루에서도 사우어의 높게 온 체인지업을 그대로 통타해 우측 외야로 보내면서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5회초 2사 마지막 타석에는 값진 경험을 했다. 2스트라이크 0볼 상황에서 타석에 늦게 준비하는 실수를 범하면서 피치 클록으로 삼진 아웃 처리됐다. 이후 6회말 수비를 앞두고 헌터 비숍과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3루수)-프레디 프리먼(지명타자)-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오스틴 반스(포수)-에디 로사리오(좌익수)-데이빗 보티(2루수)-김혜성(유격수)-그리핀 락우드 포웰(1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맷 사우어(26). 사우어는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14경기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한 우완 투수다.

이에 맞선 샌프란시스코는 그랜트 맥크레이(우익수)-루이스 마토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예라르 엔카나시온(지명타자)-케이시 슈미트(3루수)-데이비드 비야(1루수)-샌디 알칸타라(2루수)-맥스 스태시(포수)-크리스티안 코스(유격수)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카슨 세이모어(27). 세이모어는 아직 마이너리그에 데뷔한 적 없는 마이너리그 통산 19승 21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한 우완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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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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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선취점은 샌프란시스코의 몫이었다. 1회초 선두타자 그랜트 맥크레이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이어 뜬공 타구 때 3루까지 도달했다. 여기서 이정후가 우측 방면 적시 1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면서 선취점을 냈다. 이정후는 2회말 로사리오의 빠른 타구를 손쉽게 잡아내면서 좋은 수비도 보였다.

3회초 샌프란시스코는 1사 3루에서 마토스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이정후가 연속 안타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여기서 김혜성이 등장했다. 2사 1, 2루에서 슈미트의 땅볼 타구를 잘 잡은 김혜성은 1루 송구가 아닌 2루 토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주자가 더 빨라 결국 내야 안타로 만루 위기가 발생했다. 다행히 구원 등판한 지오바니 가예고스가 후속타자 비야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은 하지 않았다.

양 팀의 첫 득점이 한국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3회말 1사에서 김혜성은 볼넷으로 출루했고 록우드-포웰의 적시타 때 홈까지 들어왔다. 샌프란시스코 좌익수 마토스가 다이빙 캐치 시도가 실패한 것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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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가 5회초 2사 0B2S에서 피치 클록 위반으로 삼진 처리된 뒤 김혜성의 마수걸이 포가 터졌다. 5회말 1사에서 김혜성은 블랙의 초구를 통타해 시속 95.6마일(약 153.9㎞)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에 다저스 동료들과 홈팬들은 김혜성의 첫 홈런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냈다. 2-2 동점.

샌프란시스코는 6회초 비야의 우전 1타점 적시타로 달아났으나,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정후가 6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된 가운데 프리먼이 우중월 솔로포로 금방 동점을 만들었다. 뒤이어 테오스카의 2루타와 샌프란시스코 투수의 폭투 그리고 아웃맨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이 나오면서 다저스가 4-3으로 역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초 2사 1루에서 엔카나시온의 초대형 중월 투런포로 5-4로 앞서 나갔으나, 이번에도 김혜성이 다저스의 득점에 기여했다. 7회말 땅볼 타구에도 빠른 발로 1루에 살아나간 김혜성은 이어진 안타와 볼넷에 3루까지 도달했다. 데 파울라의 안타에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8회초 수비를 앞두고 션 맥레인과 교체돼 경기를 떠났다.

다저스는 8회말 애런 브라초가 좌중월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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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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