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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노경은. |
노경은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KBO 시범경기 개막전 8회말 마운드에 올라 2사 1, 2루에서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양도근을 상대한 노경은은 초구를 던지지 않다가 제한 시간인 25초를 넘겼고 주심에 의해 볼 1개가 자동 카운트됐다. 시범경기 개막전이 열린 이날 KBO 5경기에서 유일하게 나온 피치 클락 위반 사례였다.
피치 클락은 제한된 시간 내에 투수가 공을 던지거나 타자가 타석에서 준비를 마쳐야 하는 제도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는 2023년 도입됐고 한국 KBO 리그는 지난해 시범 운영 후 올해 정식 도입됐다.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메이저리그 룰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무조건 적응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가 없을 시 15초, 주자가 있을 때 18초로 제한한다. 또한 투구판 이탈도 2회로 제한한다. 하지만 KBO리그는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투구판 이탈 제한 없이,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내로 공을 던지도록 했다. 포수는 9초가 표기된 시점 안에 포수석에 있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엔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타자의 타임아웃 횟수는 최대 2회다.
지난해 시범경기에는 시범 운영이긴 했지만, 경기당 위반 횟수가 평균 11.97회에 달했다. 물론 당시 규정은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주자가 있을 때 23초로 조금 더 엄격하긴 했으나, 5경기 단 한 차례에 그친 건 기대 이상이다. 그만큼 선수들과 구단이 지난 마무리 캠프부터 새 규정에 적응하려 노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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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가 지난달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피치 클락 초시계를 옆에 두고 훈련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경기 후 이들을 리드한 포수 장성우(35)는 "나도 우리 감독님도 템포 느린 걸 제일 싫어한다. 투수들이 볼을 던지면 감독님 얼굴이 빨개진다. 우리 선수들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준비를 늦게 한다거나 볼을 던지는 선수가 없다. 그 때문에 아직 피치 클락으로 마음이 급하다는 건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은 그렇다 해도 타자들도 위반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건 다소 의외의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KBO 심판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장성우는 "심판 선생님들도 일본에 오셔서 우리에게 피치 클락에 대해 다 설명해주셨다. 또 피치 클락을 하는 목적이 선수의 잘못을 잡아내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우야 몇 초 남았다, 빨리 빨리 앉아라, 준비해' 이렇게 이야기해 주신다. 그래서 크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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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LG 트윈스의 2025 KBO 시범경기 개막전이 열린 수원KT위즈파크에 설치된 피치클락 관련 전광판 시계. |
KBO 역시 지난해 12월 2025시즌 피치 클락 정식 도입을 알리며 "세부 규정은 제재의 목적이 아닌 팬들에게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한 불필요한 시간 단축"을 정확히 명시했다. 이어 "국제대회에서 피치클락 확대 적용이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을 목적으로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 및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로 조정했다"고 현장의 조언도 받아들여 함께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팀, 모든 선수에게 일관적인 피치 클락 적용을 위한 노력도 동반됐다. KBO는 10개 구단에 스프링캠프 출발 전 피치클락의 항목별 적용 시간을 명시하고 장비 고장, 규정 회피 시도, 메이저리그와 대만프로야구(CPBL)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 안내 자료를 전달했다. 또한 심판위원회와 기록위원회는 지난 2월 6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마산, 진해구장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해 피치 클락을 숙달했다.
이렇듯 선수, 구단, 심판 등 리그 구성원들이 합심한 피치 클락 제도가 과연 2025년 KBO리그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