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고개 들어" 실수 감싸며 격려한 홍명보, 그는 진짜 리더였다

수원월드컵경기장=박수진 기자 / 입력 : 2025.03.26 06:01
  • 글자크기조절
경기 종료 직후 박용우(왼쪽)을 격려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
경기 종료 직후 박용우(왼쪽)을 격려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
치열한 미드필더에서 볼 다툼을 하고 있는 박용우(왼쪽).
치열한 미드필더에서 볼 다툼을 하고 있는 박용우(왼쪽).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박용우(32·알아인)의 표정은 너무나 어두웠다. 믹스드존 인터뷰에서도 거의 죄인처럼 통과했지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마지못해 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박용우를 격려한 이는 바로 홍명보(56)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서 1-1로 비겼다.


분명 잡을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 5분 만에 이재성(33·마인츠)이 손쉽게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33·토트넘 핫스퍼)이 올려준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 대며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반 30분 박용우의 실수에 이은 알마디의 역습 슈팅으로 실점했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 박용우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수비수 조유민이 패스해준 공을 받으려다 상대에게 빼앗겨 역습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은 박용우의 실수에 대해 "그 장면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과하다. 전체적인 밸런스나 짧은 훈련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황인범과 박용우는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선수들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 더 집중력을 갖고 호흡을 맞춰간다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홍 감독은 이번 3월 A매치 2경기 모두 박용우를 교체 없는 풀타임 출장을 시켰다. 중앙 미드필더를 볼 수 있는 3선 자원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다. 백승호(버밍엄 시티)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망)이 20일 오만전에서 모두 다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25일 요르단전 벤치 멤버 가운데서는 원두재(코르파칸)가 유일한 3선 자원이었다.


경기를 마친 박용우는 취재진과 인터뷰 내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저의 실수로 인 경기 흐름을 잃은 것 같아서 팀과 팬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2경기 잘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경기 소감을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실수가 나왔음에도 전체적으로 준수했다는 평가를 했다는 말에 박용우는 "경기를 잘하더라도 그런 실수 하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그 실수에 대해 계속 반성하며 복기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던 순간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믹스드존을 빠져나가던 홍명보 감독은 박용우를 발견하자 웃으며 "고개 들어"라는 말과 함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해줬다.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드러낸 모습이었다. 그제야 박용우의 표정은 조금 편안해졌다.

박용우(왼쪽)가 상대 역습을 막고 있다.
박용우(왼쪽)가 상대 역습을 막고 있다.
요르단 선수와 경합하고 있는 박용우(오른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요르단 선수와 경합하고 있는 박용우(오른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