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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이 23일 두산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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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두산전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올 시즌에도 여전히 투수들에겐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이 화두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도입돼 시행착오를 겪었던 ABS는 올 시즌을 앞두고 존을 하향조정했다.
김광현(37·SSG 랜더스)은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99구를 던져 7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건 스스로 어려움을 지워낸 8개의 탈삼진이었는데 이 중 5개의 삼진을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경기 후 이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지난해 김광현은 ABS를 경험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낮은 존의 슬라이더가 강점인 김광현으로선 높은 존 공에 강점이 있는 투수들이 재미를 본 지난해의 존이 다소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더해 스스로 ABS 존에 맞춰 공략을 하려다 보니 스스로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지난해 데뷔 최악의 평균자책점(ERA) 4.93로 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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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하향 조정된 ABS 존. /사진=KBO 제공 |
이 때문이었을까.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혀들었고 기대했던 투구가 되살아났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낮아진 ABS 존 효과를 체감했냐는 질문에 "저는 이제 ABS와 초(피치클락)는 아예 신경을 안 쓸 것이다. 저거에 신경 쓰면 다트지 야구냐"고 강하게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누구보다 ABS를 신경 썼던 김광현이지만 그게 해법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타자랑 승부를 하고 타이밍 싸움을 해야 되는데 시간에 쫓겨서, 네모 판에 꽂혀서 야구를 하다 보니 작년에 너무 실패의 맛을 봤다"며 "다른 선수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초와 이 네모 판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예 생각조차도 안 할 것이다. 타자와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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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오른쪽)이 승리 후 수훈선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당시에도 '다트'를 언급했다. 김광현은 "저에겐 다트더라. 마운드에서 제 스타일은 타자의 타이밍도 빼앗고 어쩔 때는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ABS와 싸우고 있더라"며 "그래서 올해는 제 스타일대로 이 타자는 어디가 강점이고 약점인가를 잘 찾아내서 그렇게 승부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 ABS가 낮아졌다고 해서 그걸 신경 쓰다 보면 경기 중에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ABS의 판정에 대해 너무 신경 썼고 그게 좋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야구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며 승부를 펼치는 것인데 ABS 존에 맞춰서만 투구를 하려는 건 점수가 새겨진 과녁에 화살을 날리는 다트나 다름없다고 표현한 것이다.
다시 한번 야구의 본질을 깨달은 김광현은 ABS 존보다는 상대 타자들을 집중하며 공을 뿌렸고 그 결과는 팀에 2연승을 안겨다 주는 만족스러 투구가 됐다. 그리고 이로써 김광현은 지난해 실패를 겪게 한 방법이 아닌 타자만 집중하며 승부를 펼치는 지금의 방식이 확실한 해법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신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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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미소를 짓는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