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김원중이 부산서 '원정 유니폼' 입고 롯데가 1회초 공격... NC '사직 홈경기' 진풍경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4.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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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맷 데이비슨의 뒤로 부산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이 위치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NC 맷 데이비슨의 뒤로 부산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이 위치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롯데 자이언츠가 자신의 본거지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고 뛰는 뜻밖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 과연 롯데의 '부산 원정' 경기는 어떻게 치러지게 될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4월 11~13일 창원NC파크에서 개최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3연전이 부산 사직야구장(NC 홈경기)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번 일정 변경은 지난달 29일 일어난 사고의 여파였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3루 쪽 매장 위쪽 외벽에 고정돼 있던 구조물(알루미늄 루버)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당시 매장 앞에 있던 20대 A씨와 10대 B씨 자매 등 관중 3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A씨는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지만, 31일 오전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KBO는 당시 "창원NC파크에 대한 안전 점검이 현재 진행 중이고, 최종 점검 완료 시점이 미정임에 따라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사유를 밝혔다. 창원시에서 실시한 안전점검은 9일 완료됐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후 일정은 미지수다.

1일 창원NC파크 외벽에 설치된 알루미늄 루버에 대한 점검이 진행 중이다. /사진=양정웅 기자
1일 창원NC파크 외벽에 설치된 알루미늄 루버에 대한 점검이 진행 중이다. /사진=양정웅 기자





왜 NC 홈 경기가 사직에서 열리게 됐나, 이후로는 '엔팍' 경기 재개하나





부산 사직야구장의 전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 사직야구장의 전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홈 경기 개최를 두고 NC는 여러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번과 같이 홈 구장을 사직으로 옮겨 치르는 방법, 이후에 열릴 롯데 홈 경기와 맞교환해 개최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NC는 롯데의 선택을 기다렸고, 롯데는 홈 구장을 바꿔 개최하는 걸 택했다.

롯데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홈 경기 스케줄을 바꾸면 선수단 일정도 꼬인다. 여기에 기존 홈 경기에 배치된 이벤트가 다양하고 광고도 있다. 이걸 바로 11일 경기로 배치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면 시구 등 일정 조정이 아예 안 된다. 그러면 계약 위반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리스크를 보지 않는 선에서 대승적 차원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15일부터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3연전은 아예 연기됐다. 당시에는 안전점검이 이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로도 창원NC파크 경기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NC 관계자는 "사용승인을 해줘야 다시 쓸 수 있다"며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더 확실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NC의 '부산 홈 경기', 롯데 전준우·김원중이 사직에서 원정 유니폼 입는다





지난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3루 더그아웃을 사용한 NC 선수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지난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3루 더그아웃을 사용한 NC 선수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NC가 사직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바뀌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우선 NC의 홈 게임이기 때문에 NC가 후공으로 진행하고, 유니폼 역시 홈 버전을 입는다. 전준우나 김원중 등 롯데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사직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는 흔치 않은 장면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티켓 예매도 기존 사직 경기처럼 롯데의 시스템을 통해서 해야 한다. NC 홈 경기이기에 관중 입장 수입 배분은 NC 72%, 롯데 28%로 이뤄진다. 또한 전기세나 수도세 등 비용은 실비정산 예정이다.

다만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더그아웃이다. 사직야구장은 홈팀이 1루 더그아웃을 쓰기에 원래라면 NC가 1루 쪽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1루 더그아웃 뒤에는 롯데의 라커룸이 있다. 이번 3연전을 위해 라커룸을 비워줄 수 없기에 롯데가 1루 측을 사용하고, NC가 기존 원정경기처럼 3루 더그아웃을 쓴다. 경기 전 훈련 역시 기존처럼 롯데가 먼저 나와서 하고, NC가 이후에 한다.

여러 바뀐 상황에 대해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 롯데 주장 전준우는 스타뉴스와 만나 "별다른 건 없다. 홈 경기나 다름없다. 어차피 생활하는 것이 똑같고, 공격 순서만 바뀐 것뿐이다. 어색할 건 없다"고 예상했다.





NC, 광고·시즌권 등 산적한 과제 어떻게 해결할까





NC 로건 앨런의 뒤로 창원NC파크의 광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NC 로건 앨런의 뒤로 창원NC파크의 광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창원과 부산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이에 구장을 옮기는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계약'이다. 광고의 경우 창원NC파크에 설치된 것은 사직야구장에서는 볼 수 없다. NC 관계자는 "그 광고에 대해서는 업체들과 소통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NC가 아예 광고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사직구장에 기존 설치된 펜스 광고는 가리지 않고 그대로 하고, 대신 전광판이나 포수 후면 LED 광고판은 NC 측에서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NC에서 계약한 광고가 나갈 예정이다.

시즌티켓과 멤버십도 문제다. 시즌티켓의 경우 창원NC파크에서 지정된 좌석에서 한 시즌 홈 71경기를 볼 수 있다. 또한 멤버십은 일반예매 하루 전 최대 6장의 티켓을 먼저 예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NC의 티켓 예매 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이고, 다른 구장인 사직야구장에서는 해당이 없다. 몇몇 방안이 고려되는 가운데, 구단 관계자는 "확실히 결정된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초유(初有)'의 사태는 아니다, 43년 전에도 있었던 홈-원정 변경





1983년 프로야구연감에 실린 1982년 6월 20일 삼성과 삼미의 더블헤더 1차전 스코어. 대구에서 열렸지만 삼미가 홈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1983년 프로야구연감에 실린 1982년 6월 20일 삼성과 삼미의 더블헤더 1차전 스코어. 대구에서 열렸지만 삼미가 홈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이번 홈-원정 변경을 두고 '사상 초유'라는 말이 나오지만, 엄밀히는 프로 원년인 1982년에 몇 차례 있었던 일이다. 대표적으로 삼미 슈퍼스타즈가 홈구장인 인천 도원야구장(현재 철거)을 전반기에는 구장 보수, 후반기에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개최로 인해 쓸 수 없었다. 그러면서 여러 구장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진행했다.

홈과 원정이 바뀐 경기도 몇 차례 있었다. 그해 6월 20일 더블헤더 2경기, 9월 11일 등 삼성 라이온즈와 홈 3경기가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개최됐다. 이로 인해 삼미는 삼성과 16차전 중 대구에서만 무려 11경기를 치렀다. 또한 9월 8일 해태 타이거즈와 홈경기는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렸고, 이번 홈-원정 교환 대상인 롯데 역시 9월 13일 삼미와 원정경기를 홈인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었다. 삼미는 반대로 8월 11일 MBC 청룡과 원정경기를 홈인 인천에서 개최했다.

이외에는 프로 출범 후 흥행을 위한 중립경기가 대부분이다. 8월 5일과 18일 MBC와 해태의 경기는 원래 해태의 홈 경기지만 당시 MBC의 본거지였던 동대문야구장(철거)에서 열렸다. 또한 MBC는 9월 23일 홈으로 사용하던 잠실야구장에서 롯데와 원정게임을 치렀다.

다만 프로로서의 체계가 잡힌 이후로는 사례가 거의 없던 게 사실이다. 야구팬들은 40여 년 만에 흥미로운 경기를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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