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탤런트 차인표를 단번에 톱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백화점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인기 드라마다. 백화점 사장의 아들(차인표)과 백화점 점원(신애라)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의 협찬사는 애경백화점.
당시 신생 백화점이었던 애경은 이 드라마의 인기로 상당한 홍보효과를 봤고, 신애라를 자사모델로 쓰면서 드라마의 후광효과까지 얻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유통업체가 할인점으로 옮겨 가고 있다.
방송 2주만에 시청률 20%를 넘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코믹 멜로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의 극중 배경이 바로 할인점이다.
할인점이 탄생 10년만인 지난해 19조2000억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시장(17조2000억원)을 첫추월한 시대상이 드라마에 드러나는 셈이다. 할인점은 올해 22조원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속 배경이 되는 유통업체와 관련 직업군은 소비문화의 중심인 유통업계의 판도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홈쇼핑은 백화점의 바통을 이어받아 90년대 중반이후 드라마속 단골 메뉴였다. 홈쇼핑 PD, MD에서부터 쇼핑호스트, 모델, 텔레마케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홈쇼핑 직업군이 드라마에 대거 등장했다.
강원도 억척녀가 쇼핑호스트로 성공하는 내용의 '그 햇살이 나에게'(2002)는 CJ홈쇼핑을 촬영장소로, 출연진 대부분이 TV홈쇼핑 관련 직업군으로 채워졌다. 올해 초 연하남-연상녀의 사랑과 결혼을 그려 화제를 모은 '천생연분'에서는 여자주인공 황신혜(황종희 역)가 홈쇼핑 모델과 쇼호스트까지 맡았다.
요즘 '오! 필승 봉순영'에 장소협찬을 하는 홈플러스는 매회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으며 싱글벙글이다. 97년 설립 이후 공중파 광고를 한번도 한 적이 없는 홈플러스로서는 돈 한푼 안들이고 홍보효과를 보는 셈이다.
드라마 속 할인점명을 사명과 유사한 '홈플라자'나 '홈프랜드'로 하려 했지만 PPL(간접광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홀리 플라자'로 정한 것이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이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곳인 만큼 드라마속에서 그 변화상이 드러난다"며 "드라마를 통한 노출도 회사 인지도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