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제작사로부터 돈을 뜯어낸 곽 감독의 실제 조직폭력배 친구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28일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곽 감독을 압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폭력)로 기소된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권모씨와 곽 감독의 실제 초등학교 동창으로 영화에서 유오성이 맡았던 인물인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곽씨에게 한 행위는 비록 피해자들을 직접 협박하지는 않았더라도 불응할 때는 부당한 불이익이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의구심을 야기하게 한 것으로 공갈죄의 구성요건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명시의 방법이 아닌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악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들이 들은 협박의 내용이 피고인들이 빨리 돈을 달라고 한다는 것에 불과하고, 곽씨와 정씨와의 친분관계 상 협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잘못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곽 감독은 2001년 어린 시절 친구 사이였던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을 살해하도록 교사한 범죄로 수감중인 정씨의 내용을 스크린으로 옮겨 9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흥행을 거뒀다.
영화 촬영에 앞서 곽 감독은 교도소에 수감중인 정씨를 찾아가 정씨의 실화를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 했고, 당시에는 사례비 등의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정씨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곽 감독에게 "흥행수입의 10~15%를 내놓으라"로 요구하면서 칠성파 두목인 권씨와 문제를 해결하라고 협박했고, 제작자와 투자자에게도 "곽 감독에게 추가 옵션을 주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후 곽 감독은 협박성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작자와 투자자로부터 모두 5억2000만원을 받아 권씨에게 3억원을, 정씨의 부인에게는 2000만원을 전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씨와 정씨는 수사를 거쳐 기소됐다.
곽 감독은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영화가 흥행해 자신이 먼저 정씨에게 사례금을 지급하겠다고 해서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진술해 권, 정씨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