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혼성그룹 쿨(COOL)이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11년 동안 장수하며 가요계 정상을 지켜왔던 쿨은 2일 오후 4시 서울 리베라호텔 로즈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이재훈, 유리, 김성수 세 멤버는 각자의 감회를 밝히는 것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김성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울먹이며 멤버 중 처음으로 해체의 변을 밝혔다. 김성수가 소감을 밝히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린 유리는 "많이 떨리고, 많이 속상하기도 하다"며 준비한 문건을 읽어내려갔다. 마지막 순서로 해체의 변을 밝힌 이재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쿨 소속사 스카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멤버가 정상에 섰을 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헤어지자고 합의를 했다"고 해체 배경을 밝히며 불화로 인한 해체가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세 멤버는 각자 개인활동을 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수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유리는 라디오 DJ와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방송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재훈은 음악활동을 계속하며, 특히 지난해 2집까지 발표했던 CCM '미라클' 음반을 계속해서 발매하고 솔로가수로 활동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1994년 이재훈 김성수 최준명 유채영 등 혼성 4인조로 결성된 쿨은 이듬해 최준명과 유채영이 탈퇴하고 유리가 합류해 현재까지 만 10년간 함께 활동하며 10장의 정규앨범과 스페셜 앨범 등 모두 17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다음은 각 멤버별로 밝힌 소감.
◆ 김성수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저희들이 해체소식을 전하게 되어 팬 여러분들과 방송관계자, 기자 여러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쿨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린 지 벌써 10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을 느낍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낌없는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이 순간 이 자리까지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년 전 연말가요 시상식에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을 때 너무나도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팬 여러분의 사랑에 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헤어지는 모습을 준비해야함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들의 결정이 팬 여러분들께 실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여러분들께 기억되기를 바라는 저희들의 바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단 한번도 김성수가 아닌 쿨의 김성수로 지내온 저에게도 많은 낯설음과 어색함이 찾아올 것이라는 점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자의 길을 갈 두 동생들에게도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보내 주시길 바라며 이젠 김성수로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저에게도 따뜻한 충고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순간을 향기를 내는 장미보다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선인장처럼 변함없는 김성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유리
20살 꼬맹이 시절 연예인을 좋아하던 차현옥이라는 아이에서 '유리'라는 예쁜 이름을 선물받고 쿨 유리의 삶을 시작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10년 동안 너무나도 잊지 못할 일들도 참 많았습니다. 첫 콘서트, 가요프로 첫 번째 1위, 골든디스크 대상 수상 등 수많은 일들이 저에겐 잊지 못할 추억들입니다.
저희 셋이 서로에게 서운한 적도 화난 적도 싸운 적도 있었지만 소주 한잔씩 하며 이야기 나누고...서로의 기분을 풀던 지난날들이 너무도 그립고 소중합니다.
서로서로에게 의지하며 셋이 똘똘 뭉쳐 모든 일들이 잘 헤쳐나갔던 우리 쿨 입니다.
10년 동안 큰 사랑과 즐거움과 행복함과 멋진 음악과 좋은 오빠 둘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너무나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성수 오빠와 재훈 오빠를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대한민국에서 쿨이란 그룹과 음악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지만 쿨이란 이름과 음악은 영원해주길 바라는 제 믿음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큰 오빠인 성수 오빠도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 너무 기뻤고,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 되리라 믿어요.
독특한 웃음으로 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성수 오빠의 미래에 행복함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저에겐 친오빠 같은, 때로는 짖궂은 장난을 해도 너무나 좋은 재훈 오빠. 이제는 예전처럼 그 웃음을 자주 볼 수는 없겠지만 늘 행복하길 바라고 두 오빠들이 걸어갈 새로운 길을 가는데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도 이제 쿨의 유리가 아닌 '유리'로서 여러분들께 인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를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들과 아르코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이재훈
저희는 쿨이란 이름으로 한길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저희는 열심히 했습니다.
10년 이란 시간동안 정말 저희는 한길을 달렸고, 함께 했었고, 이젠 그 길에서 쉬려고 합니다. 저희들의 이름으로 불려졌던 쿨의 음악이 사라질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사랑해주셨던 저희들의 노래는 오래도록 여러분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희 앞에 지금까지 불려졌던 쿨이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쿨이라는 버스를 여러분과 함께 타고 종점이 없는 순환버스처럼 열심히 운행해온 저희들이게 여러분들은 이 버스의 주인이십니다.
이제는 저희가 이 버스에서 내리지만 여러분은 이 버스를 버리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다음에 저희들의 모습이 변해있어도 여러분들이 저희들을 알아봐주시고 저희들을 보시면 꼭 태워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도 여러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추억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어떤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다가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쿨의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팬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박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