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인생'이 남긴 것들..최진실 '신파의 여왕'으로 부활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5.11.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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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제를 흩뿌리던 KBS2 '장밋빛인생'이 10일 41.5%의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했다.

지난해 말 KBS2 주말극 '애정의 조건'을 성공시킨 문영남 작가와 김종창 PD가 다시 한번 손잡음으로써 기대를 낳게 했던 '장밋빛인생'은 안티들의 집중포화를 받던 최진실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며 비관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더군다나 최진실이 MBC와의 전속계약을 어긴 사실이 밝혀지며, 과연 드라마가 방송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까지 낳았다.

그러나 전속계약 문제가 극적 타결되며 '장밋빛인생'은 온갖 우려를 딛고 지난 8월 24일 무난히 첫 방송을 탔다. 또한 최진실이 욕심냈던 만큼 4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장밋빛인생'이 남긴 것들을 꼽아봤다.

◆ 최진실, '눈물의 여왕'으로 부활


'장밋빛인생'으로 생활연기자로 재탄생하고 싶다고 밝힌 최진실의 '전략'은 주효했다. 최진실은 희생의 삶을 살다가 결국 암으로 생을 마치는 맹순이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돌아섰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신에게 되돌리는 '마법'을 발휘했다.

지난 1988년 데뷔, 'CF 요정'으로 불리며 4년 만에 연예인 종합소득 1위의 대스타로 등극했던 최진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톱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나 스포츠스타 조성민과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던 최진실은 파경 과정도 적나라하게 생중계되며 대중은 그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 시절이 연기에는 약이였을까. 최진실은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악착같은 삶을 살았으나 남편의 외도에 괴로워하며, 결국 어린 자식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뜨는 맹순이의 삶을 진실하고 리얼하게 펼쳐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의 눈물샘의 자극하며 다시 한번 대중들 가슴속 깊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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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

'불치병' 설정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멜로드라마의 주된 스토리였다. 그러나 '장밋빛인생'은 이 흔하디 흔한 설정이지만 각자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장밋빛인생'은 가출한 어머니에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가진 것 하나 없는 맹순이가 자신을 돌볼 새 없이 악착같이 살아가나 결국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 연이어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고 거부하기를 반복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단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나갔다.

자신의 영정 사진을 준비하고, 자신이 돌보던 아버지와 여동생을 결혼시키고, 아이들을 위해 남편에게 할 일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에 나서 한 일이 없다며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유의 깊게 짚어나갔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을 살려달라는 억지 요청보다는 점차 현실의 사연을 보듯 맹순이에게 동화돼갔고, 맹순이가 병마로 고통스러워할 때 함께 가슴 아파했다. 맹순이처럼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사연이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메웠고, 맹순이처럼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도 줄을 이었다.

◆ 역시 한국 사람의 정서엔 '신파'

역시 한국 사람의 정서에는 '신파'였다. 가진 것 없이 가난하고 순수한 여주인공이 세파에 시달리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다는 '뻔한' 스토리에도 그를 따라 가슴이 메이고 눈물을 토해냈다. 그만큼 '한의 정서'가 한국 사람들을 붙잡고 있다는 증거.

'장밋빛인생'이 한국 드라마를 퇴행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신파'였다. 더욱이 희비극을 적절히 섞어 맛깔스럽게 버무려내는 문영남 작가의 솜씨는 '신파'의 단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맹순이의 사연에 울고, 나문희 김지영 권해효 안선영 등 조연들의 코믹 연기에 웃었던 시청자들에게 '장밋빛인생'은 올 하반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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