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연기파 배우들의 발길이 무대로 몰리고 있다. 배우 문성근이 연극 ‘마르고 닳도록’(12월1일~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통해 10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한편, 톱스타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2006년 1월24일~2월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또 배우 유지태는 자신이 직접 원안을 쓰고 제작한 연극 ‘육분의 륙’(12월1일~2006년 1월1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의 주연을 맡아 두 번째 연극 나들이에 나설 예정.
문성근이 택한 극단 차이무의 창립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총집합소. 올해 드라마 ‘단팥빵’ ‘환생’,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 출연한 개성파 연기의 달인 박광정을 비롯해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강신일,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김승욱의 연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또 드라마 ‘부활’의 최용민,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전혜진까지 가세해서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아내기 위해 내한한 스페인 마피아의 스토리를 코믹하게 그려갈 예정이다.
더욱이 영화 ‘한반도’ 촬영을 병행하고 있는 문성근과 강신일, 또 내년 상반기에 크랭크인할 감독 데뷔작 ‘가마다 행진곡’을 준비중인 박광정 등 출연배우 대부분이 낮에는 영화 촬영장, 밤에는 연극 연습실 등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
또 인기 상한가를 만끽하고 있는 충무로의 블루칩 조승우는 지난해 7월과 12월 공연에 이어 세 번째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 오른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도마뱀’ 크랭크업 뒤 내년 1월 뮤지컬 연습에 착수해 초연과 재공연 때 없었던 라이브 연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조승우측은 “지킬 겸 하이드 역은 연기자들이 누구나 꿈꾸는 배역이다. 마침 스케줄도 맞았고, 초연 때 기회를 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기꺼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영화 ‘야수’ 개봉을 앞둔 유지태는 올해 자신이 설립한 영화 및 공연제작사 ‘유무비’의 첫 작품 ‘육분의 륙’에서 원안 제작 주연을 겸했다. 지난해 연극 데뷔작 ‘해일’의 연출가 이해제와 다시 한번 ‘육분의 륙’에서 호흡을 맞출 계획.
유지태는 지난 16일 개최된 ‘육분의 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요즘 낮에는 영화 '가을로' 촬영, 밤에는 연극연습을 하느라 일주일에 한번 속옷 갈아입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학시절 연극을 전공하면서 품었던 소극장 연극 창작 꿈을 계속 이뤄가고 싶다“고 밝혔다.
원래 유지태가 직접 저예산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준비한 ‘육분의 륙’은 러시안 룰렛 게임을 둘러싼 상류측의 모순과 허위의식을 조명한 작품.
극단 ‘파크’를 이끌고 있는 박광정은 “스크린 배우들이 대학로로 몰린다기보다 연기를 잘 하는 연극배우들이 방송과 영화에 진출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예전에는 연극배우들이 타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연극계에서 반기지 않았지만 어차피 결국 다 같은 연기다. 연극을 보러 온 영화관계자의 눈에 띈 배우들을 시작으로 서로 소개시켜 주기도 하면서 스크린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