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이것이 진짜 배우 최민수의 모습이다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6.01.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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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 사건을 극화한 것으로 진작에 화제를 모은 양윤호 감독의 '홀리데이'가 10일 오후 기자배급 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비지스의 명곡 '홀리데이'로 시작해 '홀리데이'로 끝나는 이 영화는 스트레이트하게 말해 두 주연 이성재와 최민수의 존재감이 116분을 꽉 채운 작품이다.

또한 양윤호 감독은 전작 '바람의 파이터'에서도 그랬듯이 건조하고 도식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말하고자 한 바를 일체의 곁가지 없이 뚝심있게 밀고 나아갔다. 지강헌 사건은 벌써 18년 전 일이지만,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그 몹쓸놈의 또다른 약육강식의 논리는 이 사회에 여전하다고.


영화는 88올림픽을 앞두고 미려한 도시외관을 위해 철거반들이 판자촌에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도시빈민의 그 궁색한 삶과 이에 대비되는 화려한 도심의 네온사인, 그리고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무시무시한 공권력. 그 처참히 무너지는 없는 자들의 통곡 속에서 동생이 죽고마는 것을 목도한 지강혁(이성재)의 울부짓는 모습이 보였을 때, 사실 이 영화는 이미 모든 것을 다 말한 셈이다.

그러나 절도죄로 교도소를 몇차례 드나든 지강혁 삶의 궁상맞은 외피와 분노, 그리고 가슴 한켠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미로만 이 영화를 지켜봐야 한다면 역시나 116분은 지겨울 터. 그 부담을 덜어준 것이, 아니 지강혁이 사회에 가래침과 울분을 뱉고 터뜨릴 때 관객 가슴까지 시원케 해준 장본인이 바로 극중 경찰관 김안석으로 나온 최민수였다.

최민수. 과장되게 말하면 대한민국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스타 최민수. 평소 특유의 어록과 화법으로, 최근에는 방송중 반말 파동으로 배우가 아닌 스타로서 홍역을 치러야 했던 그는 이 '홀리데이'에서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단언컨대 '홀리데이'의 최민수는 배우로서 최민수가 가진 역량과 숨은 재능,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달궈온 끼와 노하우를 그야말로 숨김없이 분출해냈다. '결혼이야기'나 '사랑이 뭐길래' 등에서 보여준 코믹 이미지, '테러리스트' '리베라메' 등에서 보여준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간 이미지는 잊어버리시라. 오로지 더할 나위 없는, 가진 자 편에 선 악랄 경찰관 김안석만이 있을 뿐이다.

비닐 우산을 쓰고 지강혁의 동생에 가차없이 총부리를 겨눌 때, 그것도 금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없는 자의 없음을 비아냥거릴 때 관객은 소름이 돋으리라. 교도소에 수감된 지강혁을 거침없는 완력과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패고 짓누를 때 관객은 또한 공정한 법 집행자로서의 경찰관이 아닌, 힘없어 영역을 빼앗긴 다른 수컷을 가소로히 여기는 피묻은 수컷을 보았으리라.

이 영화에서 최민수는 신기 들린 배우로서, 아니 지강혁을 죽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광기의 김안석으로서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이러한 최민수의 존재감이야말로 선과 악, 가진 자와 없는 자, 깡패와 빈민, 공권력과 죄수 등 너무나 이분법적이고 비약적이고 감상적인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을 순식간에 커버해주는 버팀목이다. 19일 개봉. 18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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