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미래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내 손안에 있어 인생은 살만하다. 때문에 탤런트 전수연은 ‘포기’란 단어 앞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전수연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궁’(극본 인은아 연출 황인뢰)에서 채경(윤은혜 분)을 훈육하는 최상궁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혹자는 ‘못 보던 신인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수연은 1999년 MBC 공채 28기 탤런트로 알게 모르게 쌓은 연기경력만 벌써 7년째다.
“포기하고 싶을 때야 무척 많았죠. 공채로 들어와 당연히 단역부터 시작했고, 매니저도 없었어요. 한 번은 ‘대장금’에서 큰 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오디션에서 떨어져 작은 역을 하게 됐죠. 당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역이 아니라도 주어진 것에 충실했어요.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런 그녀에게 ‘궁’은 기회이고,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 사람들에게 ‘전수연’이란 이름을 알아준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량이 나오지는 않아도 한 번은 사람들에게 ‘나’란 사람을 각인시킬 수 있는 역을 하고 싶었어요. 최상궁이 바로 그런 인물이에요. 오랫동안 이런 기회가 오길 기다렸는데 기다림이 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수연은 지금 힘겹게 첫 걸음을 뗐지만, 앞으로는 해보고 싶은 역도 많다. 특히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의 여주인공이 되보고 싶다.
“연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도 연기 수업을 받으며, ‘언제나 처음처럼’이란 말을 가슴에 새겨요. 얼마 전 ‘너는 내 운명’을 봤는데, 황정민씨와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꿈은 이뤄지지 않겠어요?(웃음)”
배우에게 무명의 시절은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연기가 갖는 남다른 매력 때문이라고 전수연은 설명했다.
“연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삶이에요.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그러면서 내가 살지 못한 또 다른 삶에 대해 생각해 보죠. 이것 때문에 연기를 버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전수연은 하루라도 빨리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 아닐까 망설였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특히 저 사람 연기하는 게 자연스럽고 가슴에 와닿는다는 말 듣고 싶어요.” <사진 = 최용민 기자 leeb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