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 상륙이다. 일본에서만 3200만부가 팔린 메가히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나나'다. 마음 졸이며 만화책을 넘겼을 아시아 소녀들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대단한' 원작을 입맛대로 바꿔놓을 용기가 없어서였을까.
감독과 배우들 모두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영화는 만화속 정지화면을 영상화하는 데 충실하다. 다 보고 나면 만화 1∼5권이 한번에 정리될 만큼 섬세한 재현은 영화 '나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만화의 장점은 곧 영화의 장점이다. 만화 '나나'는 보통의 순정만화가 아니었다. 두 소녀의 애정에 가까운 우정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그려낸 야자와 아이의 만화는 사려깊은 성장담이자 유행의 보고서였으며 소녀들의 판타지 자체이기도 했다. 만화 속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우직하게 복제한 영화 '나나'는 그 미덕까지도 고스란히 스크린에 되살린다.
주인공은 여전히 록스타를 꿈꾸는 밴드 '블랙스톤'의 보컬이자 거침없고 강단있는 오사키 나나(나카시마 미카 분)와 사랑을 위해 무작정 상경한 평범한 소녀 고마츠 나나(미야자키 아오이 분).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건만, 이들은 곧 서로가 서로의 반쪽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레즈비언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둘의 우정은 서로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두 소녀의 상반된 패션도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패션 스타일북을 연상시켰던 만화 '나나'만큼이나 영화 '나나'는 주인공들의 톡톡 튀는 스타일을 재현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스모키 메이크업과 검정 단발, 가죽 목걸이와 미니스커트로 단장한 '블랙나나' 나카시마 미카와 오렌지색 웨이브 머리에 수시로 꽃장식을 하고 하늘하늘한 스커트와 숄, 파스텔색 하이힐을 즐겨신는 '핑크나나' 미야자키 아오이는 만화 속 나나들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주인공만이 아니다. 영화는 순정만화의 미덕이나 다름없는 얽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