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중파 방송 재테크 관련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일 저녁 5시 50분), SBS '체인지업 가계부'(수 저녁 7시 5분) 등 경제를 중심축으로 한 인포테인먼트(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오락을 뜻하는 entertainment의 합성어) 프로그램들이다. KBS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한 '경제비타민'의 반응이 좋아 정규 프로그램으로 신설할 예정이다.
이들은 무차별적인 대중을 상대하느니 만큼, 쉽고 재미있게 오락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한 연예인들의 적나라한 경제생활이 드러나면서 "저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하구나"라는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거나, "ㅇㅇ씨네 집이 어떻다"는 엿보기에 대한 흥미도 일으킨다. 때문에 기존 경제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청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 그러나 '웃고 나니 방송이 끝나더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처럼, 재테크 정보를 꽉 채워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숫자와 수익률은 꼼꼼히 챙겨라
하지만 한정된 시간에 단순하지 않은 경제정보를 소화하려다 보니 해당 금융상품을 세심히 소개하고 투자 주의점을 짚어주기 보다는 숫자와 수익률만 전면에 제시됐다. '바꿔만 주면 2400만원이 더 들어온다'는 구호가 강조되면서 '저축성 보험 20년에 2억원 납입'이라는 가정이 묻혀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2400만원인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와 저축성 보험 자체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방송에 제시된 숫자나 상품, 액수, 수익률에 현혹되기 보다는 제시된 금융상식이 내게도 적용되는지, 적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방송 후 해당 방송사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금융상품 정보와 추가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간접광고 여부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프로그램에 섭외된 전문가가 예로 든 금융상품이 자사 홍보상품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에서 정보를 접한뒤 금융사별로 상품을 비교하는 '손품'은 필수다.
시청자 김경미씨(27)는 "복리 효과를 설명하면서 수익률을 연10%로 높게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충동적인 멘트와 앞뒤 설명 없이 금액을 강조함으로써 금융지식을 단순 도식화하데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내게 맞는 옷인지부터 점검하라
지난 25일 방송에서는 4대가 모여살며 근검절약하는 가족을 소개하면서 세대별로 뒤엉킨 공동 지출내역과 노후준비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노후자금 7000만원을 자녀의 사업자금으로 내어준 것과 관련, 자녀들에게 노후자금을 '투자'한 만큼 부모의 노후준비를 도와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졌다.
하지만 정보가 아닌 사연에 의존해 극단적인 사례가 많았고 한 가족의 재무상황에 맞추다 보니 정작 '나'와는 상관없는 개선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노후준비의 방법 중 하나로 소개한 분양가 2억8000만원에 생활비 120만원인 분당의 한 실버타운은 일반 가정이 목표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깔끔한 내부시설과 철저한 관리 등 볼거리가 제시됐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과 '머리'를 분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 이혜영씨(38)는 "부모를 모시는 자식 입장에서 고액의 실버타운이 과연 일반적인 노후준비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며 4대가 함께사는 출연진 가족에게도 실버타운이 적절한 대안인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부자를 닮되 소비 스타일은 잊자
케이블TV, 특히 경제전문채널에는 실시간 주식시황과 부동산 시세를 전하는 딱딱한 뉴스 뿐 아니라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들도 다수다.
MBN의 '달콤한 부자'는 일반인이 동경했을 법한 부자들의 자산관리법과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자산설계사들이 머니코치로 출연해 부자 고객들과의 상담 사례를 극화해 자산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부자들의 생리를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자극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부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웰빙, 골프, 여행, 예술품, 명차, 와인, 자녀교육, 유학 등을 제시하는 '잘 쓰고 잘 사는 법'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려버려야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 잘 쓰는 법에서만 부자를 닮는다면 보지 않는 이만 못할 터.
◇실패는 실패대로 반면교사로 삼아라
지난 방송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스타들의 주머니 사정. 그룹 god 출신의 손호영이 "온 가족이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가 휜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탤런트 이한위도 "신문광고만 보고 청약 신청을 했다가 오히려 당첨될까봐 잠을 못자고 있다"며 재테크와 얽힌 사연을 전했다.
또 스타의 신용도를 테스트하고 자산을 주식과 펀드, 예ㆍ적금, 현금ㆍ보험으로 나눠 시각화하고 자산비중을 체크하며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짚어주기도 했다.
◇시청자게시판에 가득찬 문의
"아르바이트 비용 5만원을 넣을 만한 상품은 없을까요?"
"결혼자금 마련비법 좀 알려주세요", "해외펀드 추천 상품은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금융상품 및 자산관리에 대한 질문이 폭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금을 관리하려는 고등학생부터 자녀를 위한 펀드가입을 고민하는 30대 부모, 결혼을 꿈꾸는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질문 내용도 다양하다.
최근의 질문들이 돈굴리기에 치중돼 있는 반면 프로그램 초기에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금융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적지 않았다.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게 됐다는 20대 초반의 한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모 증권사의 ELS를 비롯해 주식형 펀드에 3개나 가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형 상품인 펀드에 대한 이해 없이 방송만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역시 방송 후 ELS에 가입했다는 한 네티즌은 ELS도 어디에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올렸다. 발행사 별, 또 편입자산 별 수익률이 달라지는 ELS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 먼저 감행한 것이다.
SBS '체인지업 가계부' 게시판에는 극단적 사례 제시와 시혜성 인테리어 바꾸기에 대한 지적과 함께 한편으로는 절약의 미덕을 느끼게 됐다는 평도 제시됐다. 또 우리집도 진단받고 싶다는 요청도 많다.
한 네티즌은 방송 중 푼돈이라도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해서 자금을 마련하는것을 보고 매 회당 출연진들이 불필요하다고 내놓은 물건을 벼룩시장화시켜 시청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냐며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