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빈 "'타짜' 캐릭터 위해 사비 털어 명품 구입"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6.11.03 11:32
  • 글자크기조절
image
ⓒ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


한국 영화 역대 흥행 7위에 오른 '타짜'에는 아귀 역의 김윤석 외에도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악역이 있다. 고니(조승우)의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뺏는 등 대립각을 세우다 마지막에는 열차에서 격투 장면을 벌이는 조직폭력배 용해가 바로 그 인물. 용해의 팔에 새겨진 메두사 문신이 영화의 반전 장치로 사용될 만큼 비중이 적지 않다.

바로 여기서에부터 백도빈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비롯해 '슈퍼스타 감사용' '너는 내 운명' '괴물' 등에 출연했지만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타짜'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백도빈은 용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위해 그의 어린 시절부터 나름의 스토리를 구상했다. 뱀이나 용을 문신으로 하자는 최동훈 감독의 말에 메두사를 문신으로 제안한 것도 백도빈이다.

그는 눈을 쳐다보면 누구나 돌이 되고 만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괴물인 메두사에서 누구도 감히 눈을 쳐다볼 수 없는 용해를 떠올렸다. 메두사가 결국 영웅인 페르세우스에게 목을 베이는 것도 용해와 비슷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잘 들어나지는 않지만 용해가 입고 있는 모든 제품은 다 베르사체에요. 베르사체의 상징이 메두사이기 때문이죠. 사비를 톡톡 털어서 양말부터 와이셔츠까지 모든 의상을 구입했죠."


바로 그런 열정 때문에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의 국선 변호사를 맡았던 순진한 인물이 사악한 악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촬영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출연진이 워낙 쟁쟁했을 뿐만 아니라 조승우와의 첫 만남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열차 장면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인 사람과 처음부터 억치락 뒤치락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승우씨가 잘 배려해준 덕분에 좋은 장면을 찍은 것 같다."

아버지인 백윤식을 비롯해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유해진 등 출연 배우 누구도 녹록하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기(氣) 싸움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배운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고 프로로서 이들의 기에 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백도빈은 1300만명을 동원한 '괴물'과 700만명을 눈 앞에 둔 '타짜', 올 해 큰 화제를 모은 두 작품에 나란히 출연한 유일한 배우다. 비록 방호복을 입고 등장했다가 괴물의 습격을 받아 순식간에 사라지는 역이지만 현장에서 세심하게 연출을 하는 봉준호 감독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2시간 넘게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그만큼 공부가 됐기 때문이다. 또 여러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도 많은 점을 느꼈다.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선배나 '타짜'의 김혜수 선배 등은 그전에 매체를 통해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image
ⓒ <사진 = 박성기 기자 musictok@>


어릴 적부터 연기자의 길을 꿈꾸기 마련인 다른 2세 연기자들과는 달리 백도빈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연기를 직업으로 생각했다.

"체육 교육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뭔가가 피를 땡기는 것 같았다. 무엇이 나를 땡기는 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백도빈은 그 때부터 각종 영화사 문을 두드리며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통한 쉬운 길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둘 다 프로이기 때문에 서로의 연기에 대한 감상도 좀처럼 털어놓지 않았다.

"어르신과 맞붙는 연기도 없을 뿐더러 가족끼리 서로의 일을 이야기하는 게 왠지 쑥스럽잖아요."

"선해 보이는 얼굴을 파괴하고 싶었다"는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백도빈은 얼핏 보면 '타짜'의 용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착하게 생겼다. '타짜'에서 인상깊은 악역을 연기했기에 악역 제의가 많이 들어올 법도 하지만 전혀 다른 역으로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만큼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곧 개봉할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는 엄정화 선배를 깐죽거리며 괴롭히는 직장 상사로 출연한다. 점점 더 내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2세 연기자라는 수식어는 핏줄이기에 당연하다고 말하는 백도빈. 그가 백윤식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백윤식을 백도빈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될지 앞날이 기대된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