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제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본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월드스타 비가 '정지훈'이란 이름으로 배우로서 당당히 스크린에 나선 첫 작품인 '싸이보그지만 괜찬아'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임수정)과 그녀를 지켜주려는 일순(정지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이른바 '복수 3연작'을 모두 끝낸 뒤 첫 영화였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존재와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다.
영군은 자신에게서 할머니를 앗아간 '하얀맨'(의사와 간호사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일순에게 '동정심'을 훔쳐가 달라고 말한다. 또 '슬픔에 잠기는 것, 설렘,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 죄책감, 감사하는 마음' 등 '칠거지악'은 '사이보그'인 자신에게는 더 이상 필요없다.
일순은 이 같은 영군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군과 일순은 이후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서로에 대한 감정에 빠져들고 결국 자신들의 "존재의 목적"을 찾아 청춘의 로맨스가 향하는 순수함으로 떠나간다.
영화는 판타지적 요소의 적극적인 차용과 박찬욱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연출력에 기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받아들여진 측면도 없지 않아서 영화의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다.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독일 표현주의 촬영감독의 이름을 따온 상으로 한국영화는 지난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수상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이에 앞서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