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케이블카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기찬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2007년 상반기 가장 바쁜 남자 이기찬을 만났다. 평일 오전 11시 그를 만나러 남산을 찾아가는 길, 잠시 몸을 실은 택시에서 노래 ‘미인’이 흘러나왔다. 무슨 우연일까. ‘우리의 만남은 운명인가’라는 우스개 소리를 읊을 때쯤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는 이기찬이 눈에 보였다. 피곤할 법도 한데 이기찬은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센스쟁이’였다.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 이기찬이 날리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가 이날 현장을 찾은 뭇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쯤 우리는 남산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기찬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열정적인 가슴을 가진 이기찬, 그의 매력 속으로 고!고!
“와~ 케이블카라니.. 오랜만인데다 봄이라 그런지 정말 전망이 예쁘네요.(웃음)”
케이블카에 오른 이기찬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9집 앨범 발매와 함께 타이틀곡 ‘미인’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최근 이기찬은 일주일에 30여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 눈코 뜰새 없다. 그런 그에게 기자는 스타데이트를 신청했다. 봄 기운이 완연한 그곳에 가면 이기찬이 조금 마음의 여유를 느낄까.
이기찬은 2년여 만에 돌아와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활동을 오래 쉰 덕에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게 사실이다.
“천당과 지옥을 다 경험하신 것 같아요. 그 때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나요?”(기자)
“만약 제가 아이들 그룹으로 나와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누렸다면 인기에 민감했을 거에요. 그런데 제 가요인생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었어요, 인기에 대한 강박관념은 초월한 것 같아요. 하하하.”
정상과 바닥을 다 경험해 본 자의 여유다. 특히 이기찬은 “정상에 올랐다고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달라진다”며 세상살이의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그가 정상에 오르고 난 뒤 ‘다시 재기할 수 있겠냐’는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이 변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남산의 여기저기를 거닐고 있을 무렵, 강아지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털이 수북하고 잘생긴 강아지를 보자 이기찬은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뛰어갔다.
남산에서 강아지를 만나 신이 난 이기찬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강아지 좀 만져봐도 되죠?” 이기찬이 강아지 주인에게 말을 건넨다. 그것도 영어로. 알고 보니 외국여성이 주인이다. 아니 이 남자, 영어까지 유창하다. 내친 김에 기자는 미국 진출 해보라며 이기찬에게 흥분해 말을 건넸다. 언어가 된다면야...
“(손사래를 치며)아시아인이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기 너무 힘들어요. 지금까지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알아주는 한국 스타는 없잖아요. 음~ 그런 면에서 김윤진 씨는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기찬은 조용한 듯 하나 큰 야망을 품고 있는 사내다. 한국 가요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음악, 연기 그리고 뮤지컬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고 싶다.
“뮤지컬은 진짜 매력적인 작업이에요. 다 보여줄 수 있잖아요. 연기, 노래 그리고 제가 안 되는 춤까지.(웃음) 또 기회가 되면 여행도 많이 다녀서 견문을 넓히고 싶어요. 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여행은 같이 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저를 데려가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갔다. 기자는 성공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늘 꿈꾸는 남자, 이기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알고 보니, 임자 있는 몸? 아~
이제 조심스레 여자친구의 존재를 물어봐야 할 순간이다. 그를 사모할 여성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해줄 수 있으려나.
“여자친구는 있으신가요?”(기자)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국에는 없어요.”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를 툭 내뱉는다. ‘여성팬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해줘야 하는거야’라고 고민할 때쯤 이기찬이 “외국에 있어요. 사귀는 사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이라고 말한다.
“그 친구는 잘 있어요. 물론 지금은 못 만나고 있죠. 바빠서.(수줍은 듯)”
결국 기자는 임자(?) 있는 이기찬에게 그럼 결혼은 언제쯤 할 것 같냐고 물었다.
“결혼은 친구 같은 여자와 하는 게 최고죠. 박경림 씨요? 경림이는 친구죠. 너무 친구 같아서 결혼 후보에서는 제외에요.(^^) 결혼은 30대 후반, 그러니까 37살 정도에 하고 싶어요. 아직은 이뤄야 할 꿈이 많아서.”
여성팬들이여, 아직 이기찬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 친구와 결혼을 할 거냐’는 질문에 이기찬이 “아직 모르죠.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른다. 또 팬과 결혼하는 가수도 은근 많다. 최근 이기찬을 열성적으로 쫓아다니는 팬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을 안 전해도 돼 안심이다.
친절한 기찬씨는 엉뚱맨
남산봉수대 행사 재연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이기찬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이기찬과 데이트를 하며 차분할 줄만 알았던 이기찬의 엉뚱한 매력이 순간순간 발휘됐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그지만 보면 볼수록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다.
출출하던 차에 점심을 하러 들어간 곳에서 버섯을 못 먹는다는 코디를 향해 “그래? 그럼 다음부터 버섯요리만 먹어야겠네”라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와 사인을 해달라며 달려드는 꼬마팬에게 친절히 사인을 해주는 모습까지. 또 최근 사이판에서 진행된 한 쇼 프로그램 촬영 중 자신의 매니저를 구하기도 하는 등 이기찬은 다양한 얼굴의 사나이다.
특히 이기찬은 남산 봉수대 모습에 창피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야 한다며 얼른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꼭 아이 같다.
물론 이날 짧은 만남으로 이기찬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기는 역부족이었다. 수줍은 듯 자신을 드러내다가도 이기찬은 조심스러운 애써 감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좋았다. 오랜 연예계 생활에도 불구하고 닳고 닳은 그렇고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즐거운 만남, 아니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