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다수결 의견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
오는 13일 마지막 방송으로 치닫고 있는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연출자 김병욱PD가 마지막 결말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 3일 글을 남겼다.
김병욱PD는 "드라마 엔딩은 가급적 유출을 삼가는 게 관례라 그 관례에 따르고 있다"면서 "욕과 저주가 난무하는 게시판 글들도 참 심란하다"고 말했다.
김PD는 이 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보기도 전에 스포(스포일러)만 보고 욕부터 해대는 분들은 또 뭔지, 여러분들은 길가다 누군가가 '저 사람 살인자'라고 하면 지목된 사람을 일단 돌로 치고 보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희에게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묻는다’고 쓴 분까지 있더라. 솔직히 기가 막혀 웃었다. 저의 인사말 밑에 달린 댓글들이나 보시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논하시길"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욱 PD는 이 시트콤의 결말에 대해 "드라마 라인 하나를 두고 인터넷 공간상에 벌어지는 적의(敵意)와 소동이 결국 지금 우리사회가 앓고있는 병증 아닐런지(중략)"라며 "아무리 허접한 드라마도 시청자의 다수결 의견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인터넷 상의 여론이 전체 시청자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시청자분들 대부분은 이런 프로그램 관련 게시판들이 있는지도 모르시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병욱 PD는 또 '하이킥' 종영과 관련해 "끝날 때가 되니까 아쉬운 마음이 더하네요. 제작을 하는 저희도 방송을 보며 웃고 울은 적이 많았다"고 밝히며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PD는 정일우 나문희 등 출연자 전원을 거론하며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이제 열흘 후면 다시보기의 박제된 시간 속에서 밖엔 볼 수 없다. 마음을 열고 그 랜딩을 축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방송으로 나갈 '하이킥'의 엔딩은 미완이며 어찌보면 여러분이 마음속에 그리셨던 수많은 엔딩중 하나일 뿐이다. 여러분 각자가 그리시던 아름다운 결말은 여전히 여러분 가슴 속에 살아 먼 훗날 '하이킥' 에 대한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길 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