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 "바람둥이? 오해예요"

[인터뷰]정준하에 관한 몇가지 오해와 희망

김수진 기자 / 입력 : 2007.07.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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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녹화 직후 극중 의상 그대로 인터뷰에 임한 정준하. 그는 현재 '거침없이 하이킥'과 '무한도전'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병관기자 rainkimbk23@


'헬맷', '괴물', '식신', '거구', '0.1톤'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정답은 만능 연예인 정준하(37)다.


몇년 전 MBC 개그프로그램에서 '노브레인'을 외치던 그는 어느새 시청자들의 집중된 관심을 받는 스타로 자리잡았다. 관심이 많은 만큼 안티도 생겨났고 또 그 만큼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연출 김태호)과 오는 13일 종영을 앞둔 '거침없이 하이킥'(연출 김병욱)을 통해 톱스타 반열에 우뚝 선 그를 만났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 문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그의 커다란 퍼머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시냐'는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정준하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예상대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막바지 녹화와 '무한도전' 녹화로 인해 지칠대로 치진 탓이었다. 39시간 10분 동안 뜬 눈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녹화를 막 마치고 한걸음에 달려온 그는 40대 가장이자 백수인 '이준하' 모습 그대로다. 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막바지 촬영이라서 좀 바쁘네요"라고 말문을 연 정준하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하이킥'에서 40대 가장이자 백수를 연기하는 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다보니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또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역시 기대 이상의 큰 관심을 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죠."

지난해 3월, '무한도전'에서 그는 고정 멤버가 아니었다. 초반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무한도전' 고정멤버가 됐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그는 '무한도전' 속에서 '헬맷','식신' 등의 수식어를 낳으며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최근 '무한도전'의 '무인도' 편에서 보여준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훈남'으로까지 급부상했다.

"사실 '무한도전'이나 '하이킥'에서의 제 모습이 본 모습은 아니에요. '무한도전'에서는 잘 삐치는 캐릭터고, '하이킥'에서는 무능력하고 소심한 가장을 연기하잖아요. 실제로 내 안에 있는 잠재된 모습을 끄집어내는 작업이긴 하지만 결코 제 모습의 전부는 아니죠. 실제 제 모습이요? 사실 작은 일에 상처도 받지만 두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과장된 모습은 없어요."

정준하는 이를 'TV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에서 오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런 오해중 하나가 '정준하가 바람둥이다?'는 것이다.

"최근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동안 만났던 여자분들이 23명이라고 하면서 아는 여자분 이름을 나열했어요. 아마 그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저 순정파에요.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를 만들 시간도, 또 여자를 만날 시간도 없는 제가 어떻게 '바람둥이'인지, 사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한 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하지만. 하하하하"

이 같은 오해 역시 유명세 탓일 것이다.

"사실 제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사실 외모가 예쁜 분을 만나고 싶죠. 또 이해심도 많고, 부모님께 잘하는 그런 현명한 분을 만나고 싶어요. 어디 있으려나..."

그에 대한 오해를 하나 더 말하자면, 연예인이고 사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에 씀씀이가 헤플 것이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NO'다. 그는 한 달 수입 가운데 대부분을 은행에 저축하는 살림꾼이다. '괴물'이 아닌 '천사'다. 그렇게 모아진 돈을 좋은 일에, 사람들 모르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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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녹화 직후 극중 의상 그대로 인터뷰에 임한 정준하. 그는 현재 '거침없이 하이킥'과 '무한도전'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병관기자 rainkimbk23@


그의 또 하나의 바람은 바로 연기자로서 대중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개그맨으로 시작해서 뮤지컬, 영화, 시트콤, 드라마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전 '신인'이에요. '개그맨이 연기하네'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인공의 친구나 주인공의 직장 선배 등 감초 역할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소망이 있다면 어떤 역할을 떠나서 감초 역할이 아닌 진정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거죠."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하면서 이순재 선생님, 나문희 선생님께 많은 걸 배웠어요. 두 분은 실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종영과 동시에 이별이라는 게 아프게 느껴져요. 정말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었다는 건 제겐 행운이이었어요. 이후에도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

그렇다면 '무한도전' 멤버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역시 대답은 '가족' 같은 존재다.

"'무한도전' 멤버 역시 제게 다 소중한 친구들이예요. 사실 재석이는 '노브레인'으로 인기를 모으다 슬럼프가 찾아왔고 또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많이 힘들 때 제게 힘을 준 친구예요. 많은 조언을 했고, 또 많은 격려와 용기를 준 친구죠. 당시 재석이의 용기가 제게 열심을 심어준 원천이죠. 그리고 홍철이와 하하, 형돈이, '자기'(박명수) '무한도전' 멤버 모두 좋아요.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 가운데 누구 한 명이 그만두는 상황이 생긴다면 아마 모든 멤버가 그만 둘 걸요."

모든 인연의 가족화일까. 사실 그는 연예계 최대 마당발로 통한다. 권상우와 소지섭과의 친분이 화제를 모았을 정도다.

"권상우는 제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준 가장 고마운 친구고, 소지섭은 정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오는 사이에요. 두 사람이 한류스타라서 저랑 친한 게 이상한가요? 너무 많은 인맥을 이끌어가는 게 힘들 때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내 생활이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또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많은 도움도 받게 되는 거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저버릴 수 없는 거죠."

정준하는 이날 인터뷰중에도 당시 현장을 찾았던 5명 이상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준하는 인터뷰 말미에 '거침없이 하이킥'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나 역시 '하이킥' 종영과 동시에 제작진, 출연진들과 헤어지는게 너무 싫어요. 실제 가족과 헤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정말 많이 정이 들었어요. 제 이름이 '정주나'인 이유는 정이 많아 그런 거잖아요.(하하)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종영을 섭섭해 하시겠지만, 여러분도 '하이킥'을 너무 빨리 잊지 말았으면 해요. 저도 다른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조만간 영화를 통해 만날 것 같아요. 그 때까지 '이준하' 잊지 말아주시고, '정준하'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인터뷰를 마친 뒤 긴장이 풀려서일까, 그는 거대한 몸을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시간이 흘러 그새 41시간을 꼬박 지새웠기 때문이다.

'거구' 정준하, 거대한 몸집 만큼이나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연기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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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녹화 직후 극중 의상 그대로 인터뷰에 임한 정준하. 그는 현재 '거침없이 하이킥'과 '무한도전'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병관기자 rainkimbk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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