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은 광주에 부채의식이 있든, 광주를 전혀 모르든, 혹은 역사로만 알고 있든 간에 모두 함께 웃고 울었다. 125분이 결코 길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촘촘한 이야기 전개는 그 때 그 시절 실제 있었던 상황과 어우러져 감동과 고통,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쏟게 했다.
이 시점에서 현대사를 다룬 또 하나의 영화와 '화려한 휴가'를 비교하려 한다.
2005년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그 때 그 사람들'은 10·26을 전면에 내세워 개봉 전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결국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 일부분이 삭제된 채 상영되는 소동을 빚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아직도 끝나자 않은 이야기이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화려한 휴가' 역시 '그 때 그 사람들'처럼 영화 외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역시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와 '그 때 그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이름 없는, 아니 이름이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두 영화는 겉보기가 비슷하긴 하지만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사람들'과 '화려한 휴가'는 연속성을 가진 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은 신군부 구테타인 12·12를 낳았고, 다시 12·12는 그 다음 해 5·18을 낳았다. 이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화려한 휴가'는 영화 첫머리에 계엄군의 이동 장면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 사람들'> |
'그 때 그 사람들'은 권력의 중심이 한순간 사라진 엄청난 사건을,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사람들과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벌였던 희극으로 봤다. 그렇기에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전지적 시점에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었다.
반면 '화려한 휴가'는 택시 운전기사, 제비족, 간호사, 고교생 등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천재지변에 저항하는 이야기다. 일종의 재난영화인 셈이다.
이데올로기를 배재한 채 사람에 초점을 맞춘 제작진의 의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핵심이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극 중 이요원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불과 26년 전과 27년 전 사건임에도 이를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는 요즘 사람들의 기억 상실을 되돌리려 한다. 정치권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벌써부터 '화려한 휴가'를 보고 싶다는 정치권의 요청이 물밑에서 한창이다.
'그 때 그 사람들'처럼 '화려한 휴가' 역시 선전의 도구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상업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단지 현실을 그렸고, 진정을 담았을 뿐이다.
정치권의 폭격에 시달리며 뉴스만 양상하고 조용히 극장에서 사라진 '그 때 그 사람들'과는 달리 '화려한 휴가'가 외풍에 초연한 채 영화의 힘으로 천만을 다시 불러모을지 충무로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