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수사, 싸이로 시작해 싸이로 끝났다?

[기자수첩]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7.07.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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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 ⓒ임성균 기자 tjdrbs23@
검찰 병특비리 수사, 싸이로 시작해 싸이로 끝났다?

지난 26일 서울동부지검이 4월25일 시작된 산업체 병역특례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부실 복무한 특례자 127명을 적발하고 업체 관계자와 특례자 부모 등 7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검찰은 천 모씨 등 가수 4명과 개그맨 손모씨 등 총 5명의 연예인에 대해 추가로 병무청에 편입취소를 통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이제 묻지 않아도 싸이 이야기

하지만 역시 이날 화두가 된 것은 싸이였다. 사실 이날 싸이 이재진 강현수 등에 이어 추가로 5명의 연예인이 편입취소 통보가 결정됐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브리핑에 나선 한명관 차장검사는 병무청이 소명기회조차 박탈하는 등 적법한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싸이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한 차장검사는 기자들이 묻지 않았음에도 브리핑 중 "최근 모 특례자가 검찰에서의 조사와 달리 사실을 왜곡한 것과 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만약 행정소송에서도 동일하게 한다면 우리(검찰)도 조사한 내용 자체를 병무청에 제공해 병무청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싸이를 비판했다.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많은 언론은 중간수사결과와 함께 검찰의 싸이에 대한 입장표명 관련 기사를 더 많이 내보냈다. 한 마디로 병역특례 비리 수사결과 발표 현장이 또 한번 싸이에 대한 검찰의 강경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싸이 부각된 사이 고위층 자제 병역비리는 유야무야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사실 이번 병역특례 비리 수사의 또 다른 핵심은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기피 의혹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도 드러났듯 일부 언론이 제기한 몇몇 고위층 자제의 비리의혹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돼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구체적 증거를 포함한 제보가 아닌 경우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특례자의 부모와 관련한 통계에서 기업가 10명, 기업임원 4명, 공직자 4명, 교수3명, 정치인 1명, 법조계 1명, 교육계 1명 외 기타103명이라고 밝혔다.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통계다. 총 127명이 적발자 중 고위층 자제는 별로 없다고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명관 차장검사는 "조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부모의 직업이 드러나는 때가 있다. 그 경우만 분류된 것으로 기타에 분류된 부모들의 직업에 대한 조사를 따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인 법조인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날 검찰은 전 청와대 고위간부 K(66)씨의 차남(27)과, 정부 부처 차관을 지낸 C(56)씨의 장남(26)이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된 후 부실 복무를 했다며 고위층의 비리를 밝혀냈다.

다만 수사 초기부터 실명이 공개돼 병역특례 비리자들의 대표주자가 돼버린 싸이와 달리 고위층 자녀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당초 사회지도층 비리를 집중수사해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본질이 흐려진 것은 아닌가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도덕적 책임이 큰 고위층 자녀의 비리보다 일부 연예인의 병역비리 문제로 관심이 비켜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싸이, 잘잘못은 따져야겠지만 억울한 면 없지 않아

우리나라는 군 문제에 있어 무척이나 민감한 사회다. 과거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이후 미국시민 절차를 밟아 병역의 의무를 회피했고 결국 한국 입국이 금지됐다.

그리고 검찰의 산업체 병역특례 비리 수사로 인해 또 한번 연예인의 군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많은 한국 남성들이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만큼 싸이도 의혹이 있다면 사실여부를 확실히 따져야 할 것이다.

다만 싸이의 경우 법적으로 소명기간이 주어짐에도 병무청에서는 소명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싸이가 20개월 현역으로 재입대한다"고 밝혀 그의 소명권을 박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다시 군대를 가야한다며 한창 얘기가 나올 무렵 싸이는 예비군 훈련자라며 지난 6월께 4일간 출퇴근 훈련을 받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쪽에서는 군대를 다시 가라하고 또 한쪽에서는 예비군 대상자라며 훈련을 받으라니 말이다.

이와 함께 싸이의 경우 검찰 수사 초기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정보공개를 극소화했던 고위층 자녀 혹은 타연예인에 비해 실명이 공개돼 많은 고충을 겪었다. '유죄로 증명이 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수의 헌법적 권리들을 침해하고 그를 죄인으로 여론몰이한 것이나 다름없다.

싸이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잘잘못은 따지되 그 과정 만큼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한 번쯤은 연예인을 이슈화를 통해 고위층 자녀들의 병역비리를 유야무야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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