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예지원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왔다. 영화 '96뽕'에 출연했다고 배우 이미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고백했다. 나도향 원작 '뽕' 시리즈는 이미숙도 출연한 수작이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에로영화의 대표 격으로 각인돼 있다.
신인이 주연급으로 출연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기성배우가 꺼리게 마련인 신체노출이 많은 배역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이유다. 노출연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굴레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인 시절의 에로 이미지를 바로 벗어던지는 남자 연기자는 많다. 그러나 첫인상이 고정이미지가 되면서 좌초하는 여배우가 드물지 않다.
부단한 노력으로 활동 초기의 선입견을 딛고 일어선 여자 연기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예지원을 비롯해 하유미, 김서형, 정선경, 김태연 정도다.
예지원은 특유의 '끼'와 연기력으로 청순, 코믹, 섹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KBS2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귀여운 노처녀 이미지까지 보태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유미도 원미경에 이어 영화 '변강쇠3'(1998)의 '옹녀'를 연기, 에로배우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이후 조심스러운 이미지 관리로 에로틱한 인상을 조금씩 희석하더니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거치며 마침내 '국민 언니'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김서형도 김성수와 함께 출연한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으로 오랜 무명을 탈피했다. 다음부터는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안정된 연기력으로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정선경을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정선경은 장정일 원작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로 본격 데뷔하면서 상당기간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통했다. 방송중인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는 푼수기 넘치는 주부 역으로 코믹 연기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역시 장정일 원작 영화 '거짓말'(1999)에서 수위높은 베드신을 선보인 김태연도 결국 영화의 강렬한 이미지를 극복해냈다. 밝고 명쾌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에 자리잡았다.
'세월'이라는 약에 당사자의 변신 의지가 더해지면 고정관념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면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