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희 ⓒ최용민기자 leebean@ |
칠흑같은 호수를 지녔다. 마주보고 있노라면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빠져든다. 그 자신도 자신의 매력은 역시 눈동자임을 잘 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배우 서영희.
그는 방송중인 KBS 2TV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드라마 작가로 상투를 연상케하는 머리모양에 검정색 뿔테안경 그리고 펑퍼짐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조잘 조잘 거린다. 독특한 캐릭터다.
최근 서영희를 만났다. 방송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 하지만 질문 하나에 말문이 터졌다. 꽤나 억울한 표정이다. 깜찍하고 귀엽지만 과장된 캐릭터라는 일부 지적에 대한 항변이 이어진다.
"고민이에요. 사실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캐릭터는 맞지만 제 연기가 과장되게 보이면 안되는데..제가 조금만 해도 과해 보이나 봐요. 웃을 때, 말할 때 제가 눈썹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이에요. 예전에는 나만의 특기이자 자랑거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니더라구요. 지금은 최대한 내 연기가 과장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보기에 편안해야 하잖아요."
그럴 만도 하다. 서영희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표정이 풍부하다. 웃으면 남들보다 더 행복한 것 같고, 얼굴을 찌푸리면 남들보다 더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데뷔작인 영화 '마파도'에서 깜찍함과 끔찍함을 넘나든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동감할 터.
배우 서영희 ⓒ최용민기자 leebean@ |
서영희의 연기가 과장돼 보인다면 이유는 충분하다. 연기가 실제 생활 같은 '생활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드라마 속 방귀를 뀌는 장면에서도 한쪽 엉덩이를 은근슬쩍 들었다 내린다. 이는 제작진도 웃음짓게 했던 '서영희 표' 연기다.
"생활과 동떨어져 보이는 연기는 싫어요. 작품이 허구라 할지라도 계산된 연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해요. 생활이 연기고, 연기가 곧 생활인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연예인들 가운데 생활과 동떨어진 실제 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답답하게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포장하면서 사나 싶죠. 물론 자기 관리는 철처하게 하는 게 좋지만 '난 다른 사람과 달라'라는 생각으로 사는 거,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평생 연기자를 하고 싶다는 서영희다운 답이다.
수직을 그리는 행보보다는 한 걸음씩 전진하자는 게 그의 목표. 서영희는 지금 자신을 이제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 비유했다.
"무르익으려면 아직 한참 가야죠. 이제 시작인데요. 많은 분들이 제게 보여주시는 관심이 제게 채찍이 되고 당근이 돼요. 지금처럼 제 연기가 과장되어 보인다는 지적이 있으면 제가 이를 수렴해야 발전이 있는 거잖아요. 넓게 보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서영희 ⓒ최용민기자 leebean@ |
그의 연기관은 인생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도 한번 만나면 오래 가는 편이다. 그래서 서영희의 주변에는 오래된 죽마고우 친구들이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 옛것에 대한 친근감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애인이 없지만 한 사람을 만나면 진득하게 오래 만나는 편이다.
"국지성 호우 같은 연애보다 가랑비 같은 연애가 좋고, 화려해서 단박에 사람의 시선을 잡는 것보다는 실생활에서 돋보이는 실용적인 사람이 좋아요. 연애도 한번 하면 오래하는 편인데 지금은 애인이 없네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거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그래서인지 연애는 생각이 없네요."
"연기도 가랑비 같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생활에 있어서 '한방'을 못만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전 한방을 원하진 않아요. 서서히 대중의 마음에 자리잡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가랑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서영희의 바람대로 그는 이미 대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자리잡고 있는 생활배우다.
배우 서영희 ⓒ최용민기자 leeb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