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로부터 SM의 '불공정계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끌어낸 연기자 김지훈 |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중 한 곳인 SM엔터테인먼트가 1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SM이 지난 2001년, 당시 신인이었던 연기자 김지훈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당한 손해배상 조항 및 계약기간을 설정하는 등 거래상 지위 남용을 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이와 같은 불공정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M은 김지훈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속기간을 첫 음반 발매 후 5년 및 조연급 이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첫 출연한 이후 5년으로 정했다. 또한 계약을 위반했을 시에는 총 투자금액의 5배에 달하는 비용, 잔여 계약기간 예상되는 이익금의 3배, 별도의 1억원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계약 위반시 통상 2~3배의 손해배상액을 무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행을 크게 벗어난 것은 물론 계약기간 역시 SM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문제점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계약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연예계에는 이번 사안에 대한 '또 다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적지 않은 수의 연예계 종사자들, 특히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영세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거액을 들여 키운 신인이 소위 '뜨고' 난 뒤에는 2~3배의 위약금 배상을 우습게 여기며, 계약파기 의사를 보내왔다는 소식을 최근 들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정말 이 업계에 회의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 이젠 기획사와 연예인이 이전처럼 더 이상 '갑을'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질적 위상이 이전에 비해 한껏 높아진 작금의 현실에서, 기획사가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게 일부 연예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몇 해 전, 신인급 스타의 '계약 기간 이행 전 이탈'을 경험한 소규모 기획사의 모 대표는 "SM의 신인에 대한 불공적 계약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못박으면서도 "위약금은 전해 준 뒤 지금은 다른 회사에 가 있는 '이탈 연예인'을 볼 때면, '불공정 계약이라도 해 놓았으면 그렇게 쉽게 회사를 떠나지는 못했을 텐데...'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의 연예계에는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연예인'과, 이와는 반대로 연예인의 일방적 계약 파기 선언에 의해 금전적인 면 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까지 불이익을 당하는 '기획사'도 존재하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 '진정한 파트너십'이 우선적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기획사의 경우 공정한 계약을 토대로, 회사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소속 연예인을 방송과 행사에 '막무가내'로 출연 시키는 것이 아닌, '특기와 개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는 평가다.
연예인들도 돈을 따라 철새처럼 소속사를 이동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단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줄 수 기획사와 손발을 맞출 때 자신의 분야 및 금전적인 부문에서도 성공을 거둘 확률이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기획사 간의 부분별한 '연예인 영입 경쟁'도 자제돼야만 한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연예계는 완성해 놓고도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가 수두룩하며, 10만장 넘는 음반을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기획사와 연예인 등 연예업계 종사자들은 모두가 진정한 '윈-윈'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탕이 돼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