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서 맡은 역할 태조 토고칸은 당초에는 일본인으로 설정됐지만 비 측의 요청에 따라 무국적 동양인, 국적이 드러나지 않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바뀐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배우 김윤진이 지난 26일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언급했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피드 레이서'의 원작이 일본 만화 '마하 고고'였던 까닭에 이를 그대로 영화로 옮긴 극중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일본인 국적이었지만 비 측의 요구에 따라 그 설정이 바뀌었다.
비는 올해 초 워너브라더스 측으로부터 '스피드 레이서'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영화가 크랭크인하기로 했던 6월에는 미주투어 일정이 빽빽히 잡힌 상황이어서 출연이 불가능했다.
더욱이 캐릭터의 극중 설정이 일본인이어서 선뜻 출연에 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는 결국 출연을 고사했다.
그러나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아직 무명인 동양의 배우가 블록버스터 작품 출연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배짱을 보고 '스피드 레이서'의 워쇼스키 감독은 비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고 한다.
워쇼스키 감독과 제작자인 조엘 실버는 비 측에 미주투어가 끝나는 7월부터 영화 촬영에 합류하도록 편의를 봐주기로 했고, 비 측의 요청에 따라 배역을 무국적 동양인으로 결정했다.
특히 처음에는 배역에 일본식 이름이 존재했지만, '태조 토고칸'이라는 이름도 새로 지어줬다. 비를 배려해 영화 속에서도 한국식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쇼스키 형제는 비가 마침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고 현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는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방문 기간에 워쇼스키 형제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전제작된 컴퓨터그래픽 장면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고 한다.
'스피드 레이서'는 독일 베를린 인근 소도시 포츠담의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마치고 내년 5월 전세계 167개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비는 '스피드 레이서'에서 실력이 특출난 신예 레이서 역할로 출연, 영화 스토리의 키를 쥔 중요한 인물이며, 가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