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금기사항' 안경쓴 女아나운서 급증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0.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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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명 공개수배'의 고민정 아나운서와 미니홈피에 공개된 최송현 아나운서의 사진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TV에서 안경을 쓰지 않는다는 여아나운서들 사이 일종의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부터 2005년 입사한 KBS 조우종 아나운서까지 남자 아나운서는 종종 안경을 걸치고 방송을 해왔다. 그러나 안경 속 눈으로 시청자와 시선을 마주하는 여아나운서는 없었다.


안경착용 스타트는 KBS 고민정 아나운서가 끊었다. KBS2 '특명 공개수배'을 진행하며 4각테 안경으로 지적인 인상을 연출했다. 범죄 용의자를 수배, 제보를 받는 프로그램에서 고민정은 단정히 묶은 머리, 검은 뿔테 안경, 검정 정장 차림으로 여검사 이미지를 풍겼다. 기존의 귀엽고 부드러운 면모를 이같은 분장과 똑부러지는 말투로 한순간에 일신하며 시사 프로그램 MC로 안착했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의 최송현 아나운서도 2일 안경을 쓰고 나왔다. '가을맞이 특집! 책 읽어주는 남자' 코너에서 갑자기 안경을 착용했다. "웬 안경이냐"는 탁재훈의 질문에 최송현은 "똑똑해 보이지 않습니까"라고 답하며 속셈을 털어놓았다. 최송현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화장기 없는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친 수수한 모습을 선보이며 호감을 사기도 했다.

과거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일종의 성차별 탓이라는 지적이다. 프로그램의 조미료 혹은 꽃 구실에 그치는 여성진행자가 이지적이기까지 하다면 특히 남자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드러낸다는 통념 겸 기우 때문이었다. 불편을 감수하며 콘택트렌즈를 끼우는 여나운서가 드물지 않았다.


물론 이처럼 '알아서 기어가며' 안경을 금기시한 것만은 아니다. 1980년대 초 방송을 시작한 어느 여아나운서는 "렌즈에 조명이 반사된다는 현실적인 이유 또는 가릴 구석이 없는 미모 식의 용모 자신감으로 안경을 외면하는 동료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똑똑한 여자는 재수없다'는 투의 그릇된 옛 가치관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여아나운서들이 안경을 애용하기에 이르렀다. 화장과 헤어스타일, 옷차림 정도에 한정됐던 여아나운서의 이미지 메이킹 아이템에 안경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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