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위원장 "대선주자 때문에 모리꼬네 입장순서 바뀌어"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0.10 10:27
  • 글자크기조절
image
ⓒ<9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다소 지친 표정이었다.

영화제가 종반을 향해 달려가던 9일 아시안필름마켓(AFM)이 한창인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흰눈이 내려앉은 머리와 눈썹으로 늘 신선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김 위원장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30분 단위로 이어지는 일정을 참석하느라 힘든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듯 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보도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이 오버하고 있다"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영화제의 성과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제 지쳤냐는 듯 힘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PIFF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는 편의상 경어를 생략한 채 옮긴다.

-일정이 굉장히 많아 건강이 염려된다. 2년전부터 상징이었던 폭탄주도 끊었다고 들었는데.

▶그제도 저녁에 파티를 여덟 군데 참석했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하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영화제의 성과와 미흡한 점을 꼽자면.

▶과거 어느 때보다 거장들이 부산을 많이 찾았다. 피터 그리너웨이, 허샤오시엔, 다리우스 메흐르지 등 정말 많은 거장들이 부산을 찾아 열 두번째 맞은 부산의 위상을 더 높혔다.

아쉬운 점은 예상치 않게 폭우가 쏟아져 준비했던 것이 차질을 빚었던 것이다. 개막식도 그렇고, 피프 빌리지도 그렇고. 이렇게 비가 쏟아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개막식 때 엔니오 모리꼬네의 의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 당시 비가 왔고, 대선 예비후보들이 많이 왔다. 그러면서 개막식이 지연됐다. 대선 후보들이 다 입장하고 난 뒤 모리꼬네를 소개하면서 내가 뒤를 따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이 늦게 나오면서 할 수 없이 모리꼬네가 먼저 나가게 됐다.

의전에 완벽하게 신경쓰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리꼬네는 불쾌하다는 뜻을 전하지 않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진행상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덩치가 커지면서 세심한 부분을 놓치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스태프들이 매년 바뀌다보니 경험에서 오는 대처가 미숙한 부분이 있다.

'M' 갈라프리젠테이션은 그런 상황을 좀 더 예상했어야 했다. 올해 갈라프리젠테이션을 4번 여는데 모두 같은 장소에서 진행했다. 갈라프리젠테이션은 기자회견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자연스럽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금년이 처음이었는데 내년에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리셉션을 여는 형식을 생각 중이다.

-올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와 달리 찾는 영화 제작자들도 줄고 다소 한산한 느낌이다. 위축된 한국영화와 관련지어 해석하기도 하는데.

▶한국영화의 위축과 특별히 영향은 없는 것 같다. 뉴커런츠를 비롯해 새로운 영화들이 많다. 영화 자체가 많았다기보다 새로운 영화들이 예년에 못지 않다.

-개막식에만 참석하는 소위 '개막식용' 배우들에 대한 지적이 있다.

▶개막식에 모든 배우들이 영화를 가지고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개막식을 축하해주려 오는 배우들과 영화를 가지고 참석하는 배우들은 당연히 구분해야 한다. 드레스를 입고 야외상영을 하는데 추워서 끝까지 영화를 볼 수가 없다.

-올해 출범한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이 첫 해에서 나무엑터스와 중국의 청티엔 그룹이 협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이번 영화제의 새로운 슬로건이 '경계를 넘어서'(Beyond frame)이다. 아시아 영화가 세계영화의 중심이 되도록 지역 격차를 없애자는 의미이다. 그런 부분에 부산영화제가 주도적인 부분을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안필름마켓, 아시아시네마펀드, 아시아필름아카이브와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 배우들이 침목을 도모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시아시네마펀드(ACF)를 비롯해 영화사 '발콘'을 설립하는 등 올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가 눈에 띄는데.

▶부산시가 도움을 주고 영화제가 대주주가 되어 '발콘'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했다. 매년 40편 정도 아시아 영화를 사고 팔 계획이다. 그래서 케이블이나 극장을 통해 배급을 할 생각이다.

좋은 성과를 거두면 선댄스채널처럼 아시아영화들을 상영하는 부산영화제 채널도 추진하고 있다.

-언젠가 다가올 '포스트 김동호' 시대에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야할 방향이 있다면.

▶현재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한다. 부산영화제라고 정상적으로 현재 속도가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쿄도 그랬고, 홍콩도 그랬다.

항상 도쿄와 홍콩 등과 경쟁에서 더 좋은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포스트김동호에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용관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무리없이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아이들'로 불리는 부산이 배출해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는 감독을 보는 소감은.

▶친자식 같은 생각이 든다. 지아장커처럼 많은 감독들이 부산을 통해 세계 무대로 나갔다. 정말 기분이 좋고 부산영화제의 의미인 것 같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