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브이' 주인공들, 부산서 술잔을 기울이다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0.10 14:04
  • 글자크기조절
image
ⓒ<8일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부산 해운대의 한 음식점에서 '브이'의 만화가 제피가루와 (주)로보트 태권브이 신철 대표를 비롯한 일행들이 술잔을 건배를 하고 있다>


영화제가 돛을 올리면 수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각자 바쁜 나날 때문에 연락조차 못하던 이들이 해운대 앞바다에 줄비한 횟집에서 만나 주고니받거니 소주잔을 기울인다.

한국영화 불황의 여파 때문인지 올해는 해운대 횟집거리가 지난해보다는 한산했지만 여전히 많은 영화인들이 만나 밤을 새웠다. '박치기2'의 여주인공 나카무라 유리나 '웨스트 32번가'의 그레이스박도 "원샷"을 외치며 부산의 밤을 즐겼다.


8일 늦은 저녁, 해운대 인근의 고기집에서도 의미있는 만남이 이뤄졌다. 2009년 실사화를 추진 중인 '로보트 태권브이'의 관계자들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로보트 태권브이' 후일담인 '브이'를 연재한 만화가 제피가루(김태건)와 동료들이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마침 제피가루는 7일 늦은 저녁 '브이'의 최종편을 넘긴 뒤였다.

애초 제피가루는 다음에 아마추어 만화가 코너에 태권브이 조종사 훈이가 힘없는 가장으로 살아가다 지구에 충돌하려는 위성을 파괴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의 '로보트 태권브이' 후일담을 4부로 연재했다.


그러다 그 만화를 눈여겨 본 ㈜로보트 태권브이측이 실사화 내용과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고 연락을 해와 1년여에 걸쳐 60회를 연재하게 됐다. '브이'는 연재하는 동안 태권브이의 이야기와 군사정권 시절을 절묘하게 연결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날 술자리는 한국영화계의 좌장인 ㈜로보트 태권브이의 신철 대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아 최종회를 끝낸 제피가루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한 턱을 내는 자리였다.

경남 함양 출신으로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제피가루는 마침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에반게리온' 극장판 예매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제피가루와 이야기를 나눴다.

-뒷이야기 연재가 남았지만 마침내 '브이' 최종회를 끝냈다. 소감은.

▶㈜로보트 태권브이 분들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다. 전체적인 구상은 있었지만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함께 논의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많은 분들, 특히 30~40대분들이 "태권브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팬레터를 보내줬다. 모두 그 분들 덕분이다.

-팬픽으로 시작된 '브이'가 본격적으로 연재가 됐는데.

▶2회 정도 연재하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내가 만화가로 등단하게 해준 인연을 갖게 해줬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운이 좋았다.

(제피가루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신철 대표는 이 이야기에 "때가 됐기에 인연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제피가루라는 예명이 특이하다.

▶이 지역에서는 추어탕 등에 넣는 산초가루를 제피가루라고 부른다. 독특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제피가루 같은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실사로 만들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처음에는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를 본 뒤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꿈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태권브이는 2009년 실사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트랜스포머2' 개봉과 때를 맞추게 된다. 제피가루와 '브이' 스토리에 대해 부산까지 찾아와 교감을 나눴던 ㈜로보트 태권브이의 양우석 연출감독은 "'트랜스포머'보다 '디 워'가 태권브이 실사를 설명할 때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image
ⓒ<8일 부산 해운대의 한 음식점에서 '브이'의 만화가 제피가루(오른쪽)와 '로보트 태권브이'의 양우석 연출감독이 건배를 하고 있다>


-만학도로 만화를 시작했는데.

▶부경대를 다니다 27살에 부산예술대 만화과에 입학했다. 어린시절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 졸업하고 2004년부터 학습만화를 그렸다. 부산에서는 선배 만화가들이 적어 문화생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태권브이가 아니었다면 등단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브이'에 박정희 대통령과의 일화나 광주 민주화운동, 미국의 개입 등 현대사가 많이 들어있다. 의도한 것이었나.

▶이 부분에 대해 ㈜로보트 태권브이의 양우석 연출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태권브이가 어느 순간 사라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현대사가 들어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야기 전개를 위해 압축한 부분도 있다.

원래는 태권브이 조종사 김훈과 깡통로봇 철이의 대결로 몰고 갈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뻔할 것 같았다. 마침 양 감독이 카프와의 대결을 제시해 그렇게 방향을 수정했다.

-태권브이 모델이 어느 순간부터 ㈜로보트 태권브이가 제작한 태권브이 피규어와 비슷해졌는데.

▶그렇다. 처음에는 뿔도 있었다. 하지만 피규어의 인체 구성이 모델로 더 적합해 양해를 구하고 차용했다. 태권브이는 얼굴이 특히 어렵다. 약간만 각도가 바뀌어도 인상이 차갑게 변한다. 실사화가 되면 정말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기대된다.

-'브이'가 끝난 뒤 차기작도 로보트 태권브이와 관련되나.

▶일단 오리지날 로보트 만화를 그릴 계획이다. 예전부터 로보트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만일 로보트 태권브이측이 허락한다면 태권브이 만화도 계속 하고 싶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