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기부할 때마다 '억억'..오히려 죄송"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7.10.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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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기부할 때마다 '억억'하니까 오히려 더 죄송해요. 일반 사람은 평생 1억이란 돈도 모으기 어려운데 괜히 잘난 척 하는 것 같고..."

가수 김장훈이 멋쩍은 듯 웃음을 짓는다. '나이 非공개'를 선언할 만큼 늘 도전적인 삶을 사는 김장훈에게 기부는 삶이다. 그는 쓰고 남은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 기부하고 남은 돈을 쓴다. 그게 다른 사람과 김장훈과의 차이점이다.


어느새 기부한 돈의 액수도 어마어마해졌다. 김장훈은 지난 9년간 약 30억원의 돈을 기부했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다. 사실 돈이 많다고 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99원이 있으면 1원을 채워넣고 싶은 게 사람 욕심 아닌가. 왜 그는 기부하는 삶을 살게 됐을까.

"사람들이 왜 기부를 하냐고 종종 물어봐요. 뭐 별거 없어요. 그냥 기부하면 행복해지니까 하는 거에요. 물론 이유를 다 따지자면 셀 수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행복이에요."

김장훈은 직업이 가수라 기부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만약 제가 가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나누는 삶을 살지는 못했을 거에요. 무대에서 관객과 교감하는 순간, 무한한 행복을 느꼈어요. 문득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든 부당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가수라고 다 이렇게 많은 기부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공연장에서 팬과 함께 하는 때가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그 행복이 '나눔'을 통해 배가 됐다고 털어놨다.

물론 거액을 기부하는 그에게 적잖은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란 말도 서슴지 않았지만 김장훈은 '네가 아닌 나'를 위해 기부를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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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기자 xanadu@


주머니 털어 남을 도왔고 얼마를 남길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늘 음반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돈이 김장훈을 찾아왔다.

싱글이라지만 사실 김장훈 성격에 앨범 이상의 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그는 "중견 가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나이를 의식하는 순간 늙어버린다' '나이로 나를 가두지 말자'는 소신을 부르짓던 그는 최근 또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몸을 던졌다.

김장훈은 1년간 총 6회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일명 '마에스트로 프로젝트'에 착수, 첫 시도로 트로트 싱글 '남자니까 웃어요'를 발표했다. 김장훈이 트로트를 부른다는 소식에 다들 의아해했지만, 그는 트로트 역시 '김장훈표 트로트'를 창조시키며 음악적 행보를 이어갔다.

"어떤 사람은 저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요즘 같은 시대에 맨날 기부하고, 되지 않는 음반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또 이번엔 트로트라니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어요.

아~그래도 어떻게해요. 마냥 무대가 좋은 걸. 왜 예전에 제가 무대에서 어깨가 부러졌을 때도 그냥 노래 부르려고 했잖아요? 물론 기절해서 무대에서 실려내려왔지만요. 하하하."

그는 평소 '가장 이상주의자가 가장 현실주의자다'라는 말을 품고 산다 했다. 김장훈은 짧은 인생 남과 나누며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며 살아도 모자라다며 거듭 '나눔의 삶'을 강조했다.

"많이 버는 놈은 그만큼 써야 사회가 돌아가요. 제가 가수기 때문에 남들보다 돈을 좀 더 많이 벌 수 있는 거니까 나누는 거에요. 게다가 하고 싶은 음악까지 할 수 있으니, 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늘 웃으며 살아온 탓일까. 김장훈의 얼굴에서는 나이가 묻어나지 않았다. 해맑은 웃음은 꼭 어린 아이 같다.

최근 열린 트로틀 싱글 '남자라서 웃어요' 쇼케이스에서도 그의 이런 매력은 한껏 과시됐다. 팬과 하나가 됐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빼곡히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의 몸짓 하나에 웃고 기뻐했다.

역시 그는 행복한 남자다. 남들이 평생 하기 어렵다는 선행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행복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감상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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