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욱 ⓒ임성균기자 tjdrbs23@ |
큰키, 또렷한 이목구비에 우유빛 피부. 이게 다가 아니다. 강렬한 눈빛은 여심을 흔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배우 이동욱(26).
KBS 드라마 '부모님전상서', MBC 드라마 '회전목마' 등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았던 그가 지난 2006년 2월 종영된 SBS 드라마 '마이걸'을 통해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무대는 더이상 국내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용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까지 그 인기광풍을 몰아가고 있다. 최근 이동욱을 만났다.
이동욱, 청계천에 가다
서울시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청계천에 이동욱이 나타났다. 잘생긴 배우 이동욱과의 만남으로 설렌 건 기자 뿐이 아니다. 청계천 관광에 나선 일본 관광객은 웅성웅성 몰려들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쑥스럽다. 사실 지금도 사진기 앞에서 사진찍는 게 가장 어색하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이동욱이 피식 웃음을 보였다. 이동욱의 미소에 일본 여성 관광객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탄성을 자아냈다. 아시아 일대를 누비며 한 달에 두번 이상 해외 팬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이동욱에겐 익숙한 일일 터.
"해외에서의 인기? 사실 운이 좋았다. '마이걸'이라는 작품을 만나서 그런 것 같다. 함께 출연한 배우, 스태프들께 감사한다.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나'라는 사람이 내세울게 없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데 좋아해주시고 열광해 주셔서 감사하다.
국내 배우의 해외인기는 국위선양면에서도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 본 해외 팬들은 꼭 한국어 하나씩은 알고 계시더라. '사랑해요', '좋아해요', '안녕하세요' 등은 어딜가나 듣는다. 최근 일본에서 팬미팅을 했는데 당시 40대 정도의 한 여성팬분께서 '아줌마라서 미안해'라고 말씀하시더라. 깜짝 놀랐었다. 하하"
배우 이동욱 ⓒ임성균기자 tjdrbs23@ |
"나라마다 팬들의 인상이 다르다. 필리핀 분들은 춤과 노래로 나를 반긴다. 또 기습적으로 볼에 뽀뽀를 하는 등 스킨십을 하는 분이 많다. 태국 팬들은 현지에서 내가 움직이는 일정을 모두 쫓아 다니며 따라다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은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다정히 손을 잡고 청계천을 거니는 연인에게 그의 시선이 향했다.
"청계천에 처음 와보니 너무 좋다. 오랫만에 소풍나온 기분이다."
1999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동욱. 10대에 연예계에 데뷔해 또래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함에 대한 갈망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내가 배우가 된 것에 대해 단 한번의 후회도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직업으로 인해 내가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행복하다. 많은 분들의 사랑,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배우 이동욱 ⓒ임성균기자 tjdrbs23@ |
이동욱, 파전과 낙지 그리고 소주에 젖다
이동욱과의 청계천 만남에 이어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그 장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혀끝을 자극하는 매운 낙지볶음과 파전에 소주가 있는 곳이다.
"오늘 술 마시며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기대하고 왔다." 술얘기를 꺼내며 '반짝'하는 이동욱이 무서웠다. '주량은 얼마쯤...'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 말을 이었다.
"군대 간 (김)태우처럼 편안한 친구들과 마실 때는 소주 4병 정도는 마셨다. 지금은 술친구들과 자주 만날 시간이 부족했다. 주량도 줄더라. 소주 1병 정도 마시면 기분이 딱 좋다." 안주로 시킨 파전이 도착하기 전 소주잔을 기울였다. 몸속에 퍼지는 알콜의 기운을 빌린 것일까. 이동욱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어릴 적 집안형편이 어려웠다. 집에 큰 불이 나서 생활이 몹시 어려워졌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하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어머니는 내가 두번째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정류장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셨다. 버스비 때문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어머니는 '집안이 힘들어서 너를 힘들게 했니'라고 속상해 하신다. 이런 얘기는 지금 이 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동욱, 앞선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대쪽 같은 남자다. 이동욱은 데뷔 당시 자신의 매니저인 점프엔터테인먼트 설정욱 이사와의 인연을 8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배우 이동욱 ⓒ임성균기자 tjdrbs23@ |
"사실 일할 때 예민해지는 편이라 나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 '아니다'라고 내 생각을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게 좋게만 보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내 양심과 내 생각을 주위환경으로 인해 억압하고 싶지는 않다. '마이걸'을 작업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 낯가림도 많이 사라졌고 사교성도 많아졌다."
'마이걸' 얘기가 나온 김에 극중 호흡을 맞춘 이다해와 실제 연인이길 바라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하하.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극중 호흡이 잘 맞은 배우중 한 명이다. '회전목마' 수애씨와도 연기호흡은 잘 맞았다. 영화 '아랑'을 찍으면서 송윤아 선배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실제 연애는 진행되고 있을까. '실속없는 스캔들'이 많았다는 기자의 지적에 이동욱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맞다. 속상하다. 사람들은 '그냥 그렇구나'하고 볼지 모르지만 당사자인 나는 사실이 아닌 일에 얽히게 돼 속상하다. 사실 지금 누군가를 만나는 건 불가능 한 일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아서 내가 잘해줄 자신이 없다."
기자와 술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내던 이동욱은 5병이 비워진 다음에 촬영중인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의 다음 날 촬영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배우 이동욱 ⓒ임성균기자 tjdrbs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