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 "'예쁜 척'은 개그 연기의 죄악"

명맥끊긴 여성MC의 가능성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11.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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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신봉선. ⓒ홍기원 기자=xanadu@


그녀가 처음 눈에 들어온 건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때였다. 단단하고 다부진 그녀는 범상찮은 몸놀림으로 "45억원의 가치,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라 자신을 소개하며 선배 정종철을 향해 "이게 사람이야 두꺼비야"라는 바윗돌 같은 대사를 날렸다. 못생겼다 비웃는 이들에게는 "짜증 지대루다"로 일갈하는 그녀. 2년이 지나 그녀는 자신만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개그우먼 신봉선(27)이다.

친정인 KBS 2TV '개그콘서트'는 물론 '해피선데이', '비타민', MBC에브리원 '무한걸스'까지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중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뮤지컬' 코너를 통해 검증받은 노래 실력, 몸을 사리지 않는 '살신성인'의 자세, 긴장하지 않고 애드리브를 던지는 순발력 등은 그녀의 장점. 덕분에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새로운 대형 여성MC 재목"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新버라이어티 강자? 아직은 햇병아리

그토록 당당했던 신봉선은 그러나 여성 버라이어티 MC의 가능성이란 평가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아직은 햇병아리"라고 얼굴을 붉혔다. "자부심이 큰 만큼 부담감도 크다"는 것이 신봉선의 솔직한 고백이다. 자타공인 최강 공개코미디 '개그콘서트' 내부에서도 그녀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신봉선은 섣불리 '개콘'을 떠날 생각이 없다. 버라이어티가 신세계라면, '개콘'은 고향과도 같은 곳. 그녀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무대의 에너지,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코미디가 좋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쉬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도 없어요. 틈나는 대로 자고, 틈나는 대로 챙겨 먹고. 그나마 밤새면서 아이디어 회의하던 '뮤지컬'이 막을 내리면서 피로가 조금 줄어들었네요. 건강관리 비법은 따로 없어요. 다만 마음의 병이 안 생기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제 표정이나 동작 하나하나가 즐거워야 보는 이들도 즐거우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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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신봉선. ⓒ홍기원 기자=xanadu@


'예쁜 척'은 개그 연기의 '죄악'

그래서 그녀는 프로그램을 바꿔가며 수없이 이어지는 구박과 타박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못생긴 캐릭터'가 아니었더라면 내 어찌 지금 이 자리에 있겠나 고마움도 느낀다. 하지만 그녀도 20대 처녀일 텐데 섭섭한 마음이 왜 없겠나. "한때는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놓는 그녀. 워낙 억척스런 아줌마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다보니 "자녀가 몇분이세요?"라는 질문까지 받았다. 신봉선은 그러나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고 웃음을 짓는다. 그건 TV를 보며 못생겼다던 사람들이 그녀를 직접 보고선 "실제로 보니까 예쁘네"라고 깜짝 놀라는 순간. 상처받았던 그녀도 살짝 위안을 얻는다.

"어차피 저는 개그우먼이고, 개그우먼이 예뻐봤자 거기서 거기죠. 전지현, 송혜교, 김태희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예뻐보이겠다는 욕심은 안내요. 개그맨이 예쁜 척 하면 생명력이 끝이래요. 연기할 때 예쁜 척은 개그 연기의 죄악이죠. 기본적으로 '난 여자'라는 마인드를 버리려고 해요."

유재석은 '역시 최고'..

과연 그녀의 경쟁자는 누굴까. 신봉선은 경쟁자를 꼽는 대신 그들의 장점을 늘어놨다. 솔비는 똑똑하고, 강유미는 디테일한 공감대 연기가 압권이란다. 김신영은 억센 자신과 달리 귀여움이 바탕에 깔려 있단다. 그리고 "내 라이벌은 바로 나일 수밖에 없다"며 "멋진 선배들을 보며 나태해진 나를 다잡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선배들의 장점만 쏙쏙 쫍아 다 닮고싶다는 그녀에게선 악바리 근성이 묻어난다.

"유재석 선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괜히 그 분이 여기까지 온 게 아니구나. 노하우도 있으시겠지만 항상 먼저 준비해서 감독님이랑 회의를 따로 하면서 아이디어를 짜요. 조금 지치면 막내 저한테까지 '봉선이 힘드냐'면서 어깨를 주물러주는 선배예요. 시선이 넓고 안목이 탁월하시죠. 녹화하다 분위기가 안좋아질 때도 뭔가를 끄집어내 분위기를 만드세요. 역시 최고죠."

신봉선, "45억원의 가치" 그 이상

'웃겨야 한다'는 직업정신, 혹은 본능 때문일까? 신봉선은 진지한 얘기를 하다말고 '재미가 없어서 미안하다'며 수차례 머리를 긁적였다. 개그맨이니까, 웃음을 줘야 하니까 즐거워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매번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그녀다. 신봉선은 우울해도 웃고, 괴로워도 뛰놀며 사람들을 웃겨줄 것만 같다. 예쁘지 않아도 아름답고, 오버하지 않아도 흐뭇한 그녀는 TV 속 청량제이자 비타민이다. 그녀의 가치가 단 45억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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