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재키스타일을 아세요? '헤어스프레이'

강유정 영화평론가 / 입력 : 2007.11.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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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재키 스타일을 기억하는가?

부풀린 머리에 헤어밴드, 팔목에서 끝나는 소매선, 하이힐 그리고 풍선처럼 부푼 치마. 미국의 60년대를 상징하는 스타일들이다.


어떤 점에서 1960년대는 미국이 회고하는 '최고의 황금기'라고도 할 수 있다. '황금기'라는 것은 세계 역사의 주요 페이지에 모두 미국이라는 이름이 명기되어 있다는 뜻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베이비붐이 시작된 시기, 자동차와 가족으로 압축될 수 있을 미국적 소비 문화가 씨앗을 틔운 시기, 그 때가 바로 1960년대이다.

중류층(middle class)이 꿈꾸는 행복한 가정의 원본이 생겨난 기점, 1960년대가 영화 '헤어스프레이'의 배경이다.

어떤 점에서 영화 '헤어스프레이'에서 1960년대는 단순한 시대적 배경이라기보다 주인공에 가깝다. 이는 단지 영화가 스타일부터 흑인 인권운동까지 1960년대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형형색색의 캔디 컬러풍 의상에서부터 콜린스 쇼로 상징되는 TV쇼의 분위기까지, '헤어스프레이'는 미국이 그리워하는 1960년대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첫 장면만 해도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뜬 소녀 트레이시에게 '즐거움'은 단 하나이다.

TV쇼 '코니 콜린스 쇼'를 시간 맞춰서 보는 것! '코니 콜린스 쇼'를 따라하며 시작된 트레이시의 일상은 4시가 될 때까지 지루한 학교 수업을 견디는 것으로 채워진다. 차라리 벌칙방에 가 흑인 아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이 더 행복한 소녀, 트레이시는 춤을 위해 태어나 춤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소녀처럼 보인다.

'헤어스프레이'의 영화적 장점이라면 시종일관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경쾌한 음악들이다. 애초 이 작품은 존 워터스가 감독했던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연출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던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화화 되면서 몇 편 첨가된 음악들은 한 순간도 우울할 틈 없이,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뮤지컬 영화란 이런 것이다 싶게 이야기는 음악을 위해 존재한다. 그들은 '트루먼 쇼'에 등장하는 트루먼처럼 웃음 가득한 얼굴로 권선징악을 노래한다.

이 영화가 미국의 황금기에 대한 추억의 드라마로 받아들여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금발의 날씬하고 권력 있는 아이가 아닌 뚱뚱한 소녀에게 주어진 주인공이라는 자리, 결국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 흑인 소녀라는 줄거리는 미국의 자정능력에 대한 알리바이처럼 받아들여진다. 1960년대가 호황인 것은 전쟁 이후의 경제적 부가 아닌 미국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윤리의식 때문이라는 듯이 말이다.

고민이나 갈등은 접어두라며,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에 망설이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한국 관객이 기대하는 뮤지컬에서 어긋난 듯한,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60년대의 미국을 '케빈은 12살' 정도의 드라마로 짐작해온 한국인들에게 영화는 조금은 독특한 코믹 뮤지컬물로 받아들여진다.

트레이시의 엄마로 분한 '이상한' 배우가 존 트라볼타라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는 배가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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