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녹음실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진영 ⓒ임성균 기자 tjdrbs23@ |
자신감 있는 남자의 얼굴에서는 한 점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7집 '백 투 스테이지'로 6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박진영의 얼굴은 확신에 차 있었다. 성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이 기다려질 만큼 좋아하는 음악을 했을 뿐인데 성공은 저절로 따라왔다.
미국에서도 프로듀서로 탄탄히 길을 닦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박진영은 팬과 무대가 그리워졌다. 6년의 공백 끝에 또 한번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한 이유다. 혹자는 만 35살 '최고령 댄스가수'에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는 생각했다. '나를 위해, 내가 좋은 음악을 할 뿐'이라고.
"지금껏 어디서도 떨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인지 6년 만에 무대에 오르려니 무척 떨리더라구요.(웃음) 무대에 서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닫게 돼서 그런가 봐요. 예전엔 아무것도 몰랐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싱글벙글 웃냐고 물을 정도에요. 하하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자 박진영은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가수로 복귀하게 된 기쁜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복귀를 앞두고 그에게 자신이 제작한 그룹 원더걸스의 대성공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텔미' 보다 더 대단한 히트곡을 써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빠졌다.
"솔직하게요?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데 제 컴백에는 부담이 됐죠. '텔미' 보다 더 대단한 히트곡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했는데 중간에 '그냥 안 할래'라고 마음먹었어요. 전 원래 제 팬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박진영의 팬들은 나한테 그런 대중적인 히트곡을 바라지 않을 거에요."
그에게 '박진영의 팬'이라는 말은 각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옛날에는 박진영 좋아한다고 하면 '얘, 박진영 좋아한데'라고 놀림 받았다. 이런 놀림에도 꿋꿋하게 '나'란 사람을 사랑해 준 이들"이라며 박진영은 팬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진영 ⓒ임성균 기자 tjdrbs23@ |
그는 솔직했다. 사실 박진영은 가수로 데뷔할 당시 외모 때문에 상처받기도 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고백했듯이 박진영은 과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에게 오디션을 보러갔다 떨어진 경험이 있다. 꼭 외모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꽤 아픈 기억이다.
특히 오디션에 낙방해 나가는 그에게 이수만은 "잠깐!"하고 외치며 "그 노래만 팔 수 없을까?"라는 말을 건넸다. 순간 '다시 합격시키려고 그러시나?'라며 생각했던 박진영의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이수만 형께서는 잘 기억 못하시겠지만(웃음), 그 날은 정말 제가 무너진 날이었어요. 그 때 그 오디션이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떨어지자 아무런 희망이 남지 않았죠. 이렇게 코너에 몰릴 수도 있구나란 생각에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도 술에 취해서도 이를 악물게 되더라구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그는 거듭 아프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일을 통해 보다 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감 넘치는 박진영'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박진영은 사람들 앞에 자신감 있는 남자로 보이는 비결을 공개했다.
"내가 나란 사람을 좋게 생각해야 해요. 그게 자신감의 원천이죠. 물론 나를 사랑하려면 열심히, 올바로 살아야 해요. 그래야 나한테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고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런 면에서 자신감은 잘생긴 얼굴이 필요한 게 아니라 올바르게 살아야 생기는 거에요. 자신감은 테크닉이 아니라 삶의 자세란 얘기죠."
의외의 답변이었다. 박진영은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꾀를 모르는 남자였다. 그는 그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16시간씩 투자하며 화장실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최소화했다.
'날라리'라 오인받던 그는 알고 보니 노력으로 성공을 일궈낸 노력파였다. 의외로 7집의 목표도 소박했다.
"얼마 안 되는 제 팬이 만족할 수 있으면 제 목표는 달성한 거에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