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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쩐의전쟁' 촬영중인 이용석PD ⓒ이용석PD 블로그 |
MBC와 SBS가 '일지매'라는 동일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SBS '일지매'를 연출하는 이용석 PD가 연출 당위성을 피력해 눈길을 끈다.
이 PD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MBC '일지매'를 연출하기로 된 황인뢰 PD와 제작사에게 죄송하다는 뜻과 함께 자신이 '일지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을 밝혔다.
그는 "'일지매'의 드라마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9년"이라며 "당시 SBS 제작본부장인 안국정님에게 4페이지짜리 보고서로 '일지매'를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SBS에서는 김석훈을 주인공으로 '홍길동'을, 정흥채를 발굴해 '임꺽정'을 제작한 바 있기에 민중 사극의 연장선상으로 '일지매'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도 고우영의 '일지매'를 (원작으로) 염두에 두었으나 이미 판권이 김종학 프로덕션에 팔려 있었다. 99년만 해도 외주 프로덕션과 방송사 내부 PD가 손을 잡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예가 없고, '일지매'같은 무협사극을 하기에는 제 경력이 일천하기에 곧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 불씨를 되살린 것이 2007년 1월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와 당시 사장이 된 안국정 현 SBS 부회장이었다는 것.
그는 "'초록뱀'은 현재 '대조영'의 작가 장영철의 버전으로 '일지매'의 제작 기획을 제안했고 사장은 '일지매'의 제작 검토를 지시했다. 마침 예전에 제안을 한 제가 있었기에 '일지매'의 제작 기획은 금방 불꽃이 일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한 수순으로 고우영 선생의 원작을 확보하기 위해 저작권자와 접촉을 했으나 이미 다른 신생 외주제작사와 협상 중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SBS 드라마국의 시선으로는 초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사극의 제작을 신생사와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오히려 '주몽' 등을 제작한 경쟁력을 지닌 외주사인 '초록뱀'을 적으로 두는 것이 무모한 선택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록뱀을 제작 파트너인 외주사로 선정하고 원작 구매를 의뢰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전에 '일지매'를 집필할 최란 작가를 섭외한 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고우영 원작과는 다른 버전으로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록뱀과 저는 내심 '일지매'의 길을 닦으면 원작을 구입한 제작사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손을 내밀지 않은 저의 오만함 때문에 불행히도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양상이 전개됐다"고 후회했다.
이 PD는 "만일 그 당시에 황인뢰 PD께서 '일지매' 제작에 이미 발을 들이셨거나 아님 제작에 참여하실 의도가 있음을 알았다면 저는 아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사 기획이 있을 때 물 타기를 하지 않는 것이 저희 업계의 불문율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90년대에 드라마 PD를 시작한 저에게 황인뢰 선배의 문화적 세례는 참으로 지대해, 대선배와 유사기획 경쟁을 하는 것은 소모전이자 전파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고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의 의지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일지매'란 드라마를 잘 집필할 수 있는 작가를 만나 고우영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버전의 '일지매'를 만들 자신이 생겼다.그 기획안에 이준기, 이문식, 김성령, 이원종, 박시후, 조민기, 김뢰하, 안길강 같은 좋은 배우들이 호응을 해줬다. 이제 SBS '일지매' 기획은 제 손으로 죽이기에는 뱃속의 아이가 너무 많이 자랐다"고 당위성을 밝혔다.
이 PD는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항상 황인뢰 PD와 그 제작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황PD께서 SBS '일지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리와 시간차를 두고 제작 하신다면 제가 미력하나마 돕고 배움의 과정으로 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대선배께 죄송스런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PD는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MBC '일지매'의 공동제작사 이자 고우영 화백측과 원작계약을 한 지피워크샵이 SBS와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고우영 원작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보도를 보고, 그쪽에서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대선배께 송구스러운 마음에 심경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