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려면 같이 죽자!”
그렇게 맹세한 사랑. 하지만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혼한 지 3개월 하고도 이틀이 지난 어느날, 두 남녀가 채 풀지 못한 앙금은 서서히 격한 싸움으로 변해가고 서로에 대한 미움은 과격과 엽기의 치열한 대결을 향해 치닫는다.
그런 격렬한 싸움 끝에 남는 것, 그것은 새로운 사랑의 확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하는 것일까.
설경구와 김태희가 주연한 영화 ‘사랑’(감독 한지승·제작 시네마서비스)이 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두 주연배우의 이름값과 드라마 ‘연애시대’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별 뒤 사랑을 경쾌하게 그리며 호평받은 한지승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싸움’은 올해 연말 화제작 앞머리에 서 있어왔다.
‘소심남’인 곤충학 교수 상민(설경구)과 ‘전투적인’ 유리공예가 진아(김태희)는 어느 일방이 없다면 또 다른 일방의 존재가치라도 없어지는 양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한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듯하지만 이를 극복하자는 맹세는 그러나 결국 얼마가지 못하고 이혼에 이른다.
이혼 과정에서 “반반씩 나눈다”는 원칙 아래 소심한 상민은 결코 주어서는 안될 물건을 떠올리고 진아에게 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지만 진아 역시 만만치않다.
서로 건드려서는 안될 자존심을 마치 작심한 듯 최대한의 정도로 무너뜨린 형국은 이제 과격한 싸움으로 이어진다. 싸움은 또 다른 싸움을 부르고 싸움은 사생결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이 같은 과정을 코미디라는 굵은 줄기 안에서 스릴러와 공포,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해 긴장감을 더해가고 상민과 진아의 ‘목숨을 내건 싸움’은 극단을 향해 간다.
‘싸움’의 최대 미덕은 이 같은 장르의 변주 속에 녹아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라 할 만하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고래로 영원할 것이라면 이처럼 독특하고도 재기발랄하게 그린 이야기 또한 새롭다. 군데군데 캐릭터들의 오밀조밀한 드러남과 함께 상극의 캐릭터가 맞부딪쳐내는 파열음은 그 만큼 또 격렬해서 신선한 재미를 더한다.
현실의 사랑은 얼마나 격렬한가. 하늘 아래 용서하지 못할 그 무엇이 사랑으로 인한 미움이라면 그 격렬함의 정도는 더할 터. ‘싸움’은 그 격렬한 사랑이 살고 헤어지고 울고 웃는 현실의 한 극단을 스크린에 옮겨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특히 ‘중천’을 스크린 데뷔작으로 삼은 김태희는 ‘싸움’을 통해 그 ‘지겨운’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지워낸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에 좀 더 속도감이 붙었다면 좋았을 법했다. 그랬다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주는 캐릭터와 대사의 맛깔스러움은 더했을 듯하다.
지나쳐보이는 PPL(간접광고)도 옥에티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