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 'Come to Where I am'을 발표한 가수 박정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
‘R&B의 요정’ ‘라이브의 여왕’. 가수 박정현에게 붙는 수식어다. 보컬을 연출하는 부르는 것에 있어 항상 ‘한국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정현의 목소리는 오는 11일, 2년 만에 발표되는 6집 ‘come to where I am’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번 앨범에선 자신이 10곡에 작곡가로 참여하면서 노래의 표현력과 감정이입이 더 살아났다.
10년간 매 앨범마다 한두 곡씩 자작곡을 수록하며 차근히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던 박정현은 이번 앨범에서는 12트랙 중 혼자 4곡을 작곡했고, 황성제와 6곡을 공동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간혹 싱어송 라이터들이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현은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어떤 걸 보여줘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듯, 이번 앨범에서 가장 박정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어 더욱 맵시가 나는 것처럼.
“전 마음 편하게 작업해야 음악이 잘 나와요. 음반 작업할 당시, 소속사에서도 대중이 좋아하는 멜로디, 트렌드가 뭔지 이야기를 해주는데, 전 그런 이야기들 모두 귀를 막고 혼자 마음 편하게 작업했어요.”
4집부터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던 박정현의 폭넓은 음악세계는 6집에서 절정을 이룬다. 기존의 R&B 발라드에 마이너 발라드, 재즈, 모던록, 프로그레시브록, CCM 등 다양한 음악이 공존한다.
이중 박정현 6집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곡은 ‘The Other Side’다. 필 콜린스의 백밴드 ‘The Vine Street Horns’의 혼 연주와 객원 MC의 랩이 잘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템포의 곡으로, 두 여성의 극명히 대비되는 삶이 한편의 악극처럼 느껴진다. 아울러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떠올리게 하는 ‘Smile’과 경쾌한 모던 록사운드의 ‘Hey Yeah’ ‘Funny Star’도 박정현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한 곡들이다.
타이틀곡 ‘눈물빛 글씨’는 박정현의 매력적인 고음과 호소력을 느낄 수 있는 ‘박정현 스타일’이다. 또 ‘마음이 먼저’는 팝 스타일, ‘믿어요’는 CCM느낌의 발라드로, 그가 14살 때 작곡했던 곡이다. ‘우두커니’는 기존에 잘 시도하지 않았던 한국형 마이너 발라드다.
박정현의 이 같은 음악적 다양성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목회자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CCM을 듣고 자란 박정현은 어린 시절 너바나, 펄잼 등의 음악을 즐겼고, 중학교 시절에는 바비 브라운, TLC 등의 노래에 심취했다. 박정현이 데뷔하던 90년대 중반에는 휘트니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R&B로 노래를 시작하게 됐다.
꾸준히 자신의 음악적 길을 가고 있다며 지난 5집 제목을 ‘On & On’으로 지었다가 ‘내가 이만큼 왔으니 내가 있는 곳으로 이만큼 오라’는 의미에서 이번 음반에 ‘Come to Where I am’이란 제목을 붙인 박정현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단독 공연을 벌여 그의 음악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6집을 발표한 박정현 ⓒ김병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