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윌 스미스 "액션, 철학, 내면연기 모두 담았다"

감독·제작자 등 亞 기자들과 간담회

홍콩=윤여수 기자 / 입력 : 2007.1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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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는 '나는 전설이다'의 주연배우 윌 스미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나는 여러분의 친구이자 동료이다. 와우!"

경쾌했다. 또 즐길 줄 알았다. 그런 사이 그의 친근한 모습이 정겨움으로 다가왔다.


할리우드 톱스타 윌 스미스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무대에 올라서는 연방 "와우!"라며 환호성을 질렀고 장내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재치있는 유머를 발휘한 그는 할리우드 톱스타로서가 아니라 친근한 대중의 벗이라는 느낌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주연배우 윌 스미스가 지난 7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의 취재진 200여명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작가 겸 제작자 아키바 골즈만, '콘스탄틴'으로 데뷔한 연출자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과 함께였다.

또 기자회견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그의 유머는 이어졌고 한국의 날씨를 물으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답변이 길다"며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과 제작자 아키바 골즈만을 놀려댄 그는 한국 기자에게도 "질문이 길다"면서 "먼저 나갈까요?"라며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는 고독한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서 위험과 위협에 맞선다.

서기 2012년.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한 뒤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 자신만의 생존법으로 일상을 살던 그에게 어느날 닥친 공포, 하지만 그는 이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극한의 공포감과 고독감. 생존자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정말 최악일 것이다"고 답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1964년 '지상최후의 남자'와 1971년 '오메가맨'으로 두 번이나 영화로 옮겨진 원작을 또 다시 영화화한 작품에 출연한 것은 "액션과 철학, 내면심리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보통 여름에는 큰(big) 영화를, 가을에는 좋은(good) 영화를 개봉한다. 큰 영화는 상황, 즉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중점적으로 그리며 좋은 영화는 그 상황이 어떤 사람에게 일어나고 그는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또 그의 내면 등 인물에 집중한다. 우리는 겨울에 이 모두를 합친 크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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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의 제작자 아키즈 골즈만과 주연배우 윌 스미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7일 홍콩에서 영화 프리미어 행사를 갖고 홍콩 전통공연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프로모션 투어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항상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좋은 경험이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윌 스미스의 대답 끝에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3년이란 제작 기간에 함께 지내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려운 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아키바 골즈만이 "이 사람들, 지금 무슨 소리야!"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가 터졌다.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은.

▶아키바 골즈만과 모든 장면 하나하나를 두고 약 800시간 동안 함께 논의하며 회의를 했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에도 가서 바이러스에 대한 오랜 조사와 많은 연구를 했다. 또 약 15kg의 몸무게를 줄였다. 이렇게 말라본 건 16년 만에 처음이다. 영화 촬영 내내 몸무게를 유지해야 해 매일 달리고 풀업(매달리기)을 했다. 상당히 어렵고 힘들었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창조물을 똑같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 각각의 해석이 다를 수 있듯이 우리는 이 작품을 우리만의 생각으로, 다르게 그려 보여주고 싶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원작이 줄거리 중심이라면 영화는 한 인물의 내면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아키바 골즈만)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이다. 원작이 상당히 유명해 먼저 두 편이 제작됐는데 '오메가맨'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개발에만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영화처럼 인류 최후의 인간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대가족이었다. 항상 남자형제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자라왔다. 그런 경우가 온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도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농사도 짓고 사냥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인 아키바 골즈만은 "늘 마지막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처럼 인류의 종말이 오면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은.

▶음, 이것저것 많은데, 꽃, 펜, 소금…. 마늘소금! 어때? 마늘소금은 피부에 사용하면 미용에도 효과가 정말 탁월하다.

아키바 골즈만이 "난 모든 걸 살려내고 싶다"고 말한 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음, 나는"이라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윌 스미스는 "당신도 역시 마늘소금이군"이라고 선수를 쳤다. 감독은 "역시, 마늘소금보다 좋은 건 없다"면서 윌 스미스의 너스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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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가 7일 오후 홍콩에서 가진 '나는 전설이다' 프리미어 행사 도중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영화 속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류가 멸망하는데 주인공만 감염이 안된 건 왜일까.

▶인간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누구는 감염이 되고 누구는 감염이 되지 않는 데 대해 답하지 못한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어떤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런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키바 골즈만)바이러스는 지구상 가장 성공적인 생명체이다. 본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주가 될 만한 존재가 있어야 한다. 모든 생명체를 다 죽이지 않는다.

-밥 말리의 음악과 '슈렉'의 장면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 이유는.(애니메이이션 '슈렉'은 '나는 전설이다'의 워너브라더스가 아닌 드림웍스의 작품이다.)

▶우연히 밥 말리의 앨범 표지를 보게 됐다. 그런데 그 제목이 'legend'로 영화와도 딱 맞아 떨어졌다. 또 인터넷에는 '밥 말리 레전드'라는 문구도 있었다. 노래를 듣고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절묘하게 어울렸다. 인종차별이나 미움, 시기에 대한 강한 반대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 정신이 상당히 마음에 들고 이에 동의한다. '슈렉'은 좋아하는 영화다. 동키와 슈렉이 "너는 왜 친구가 없어", "난 외톨이야"라고 대화하는 대사가 영화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2012년 지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질병관리본부에 찾아갔을 때 전염병이 인류를 멸망시킬 만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 매우 실현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는 답을 들었다. 특히 요즘처럼 여행이 쉽고 자유로운 세상에는 국가간의 전염은 너무나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전설이다'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사슴을 쫓아 함께 살아남은 개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개를 살리기 위해서 따라갈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는, 공포심과 애정이 뒤섞인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게 부담스럽거나 싫지 않은가.

▶천만에! 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너무 좋다. 사람들이 날 좋아해준다는 데 만족한다. 내 직업을 상당히 좋아한다. 가끔씩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타이거 우즈다.(웃음) 그의 인기와 골프 실력이 부럽다. 난 골프를 굉장히 열심히 치지만 실력은 형편없다.

-이 시대 진정한 '전설'은 무엇일까.

▶살아있는 동안 '전설'이 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우며 사후에 전설로 기억된다. 예컨대 밥 말리가 그렇다. 죽은 뒤에도 그의 음악과 정신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또 다른 인물로는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들 수 있다. 현존하는 인물 중에는 넬슨 만델라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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